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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소년들’의 재심

입력 2023.11.03 11:03수정 2023.11.03 11:03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소년들’의 재심


1999년 2월 6일 새벽 4시경에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의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서 잠을 자고 있던 할머니를 사망하게 하고 현금과 패물 등을 가져간 사건이 있었습니다.

영화 ‘소년들’(감독 정지영)은 위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모티브로 범인으로 몰려 형이 확정된 3명의 소년들에 대한 재심을 다룬 작품입니다.

3명의 소년들은 강도치사 혐의로 판결이 확정되어 실형을 살고 출소하였습니다. 원칙적으로 판결이 확정되면 억울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변경시킬 수 없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재심을 통해서 확정된 판결을 변경시킬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에서 재심이란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해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경우에 판결을 받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 판결의 부당함을 시정하는 비상 구제절차를 말합니다. 확정된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재심을 문의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재심은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됩니다.

확정된 판결을 변경하면 법적 안정성을 해칩니다. 그렇지만 명백히 잘못된 판결을 유지하면 구체적 정의에 반합니다. 재심은 형사소송에 있어서 법적 안정성과 정의의 이념이 충돌할 때, 구체적 정의를 위해 재판의 확정력을 제거하는 가장 중요한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소년들’의 재심


재심은 확정된 판결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미확정 재판에 대한 불복제도인 상소와 구별됩니다. 또한, 재심은 확정된 유죄판결에 대해서만 인정되므로 무죄, 면소, 공소기각의 판결은 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더라도 재심의 대상이 되지 않고, 결정에 대한 재심청구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재심은 재심개시절차와 재심심판절차라는 2단계 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재심개시절차는 재심이유의 유무를 심사해 다시 심판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절차로서 재심개시결정까지의 절차를 말합니다. 재심심판절차는 사건을 다시 심판하는 절차로서 재심절차의 핵심입니다.

재심이유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420조에 7가지로 제한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크게는 허위 증거에 의한 재심이유와 원판결의 사실인정을 변경할 새로운 증거에 의한 재심이유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재심은 검사, 유죄의 선고를 받은 사람 등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재심 청구는 형의 집행을 마쳤거나 면제된 경우에도 할 수 있지만 재심 청구를 하더라도 형의 집행이 정지되지는 않습니다. 재심은 원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습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소년들’의 재심


재심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원판결은 당연히 그 효력을 잃습니다. 재심에서 무죄의 선고를 한때에는 그 판결을 관보와 그 법원소재지의 신문에 기재해 공고해야 합니다. 이는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입니다.

재심으로 무죄판결을 받으면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무죄판결을 받은 소년들은 구금의 종류 및 기간, 구금기간 중 재산 손실, 이익 상실, 정신적 고통과 신체 손상, 경찰, 검찰, 법원 등의 고의, 과실 유무 등을 고려하여 보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재심은 실체적 진실을 밝혀 중대한 오류가 있는 판결을 바로 잡아 구체적 정의를 실현합니다. 살면서 진실이 불편해질 때가 더러 있지만 외면하고 싶은 진실일수록 망각되지 않고 기억에 남아 현실에 살아 있습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소년들’의 재심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소년들’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