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는 2015년에 1편이 개봉되고, 9년 만에 나온 2번째 작품입니다. 형사 서도철과 강력범죄수사대 형사들이 범죄자가 저지른 범행과 같은 방식으로 범죄자를 살해하는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내용입니다.
작품 속에서, 박선우(정해인 분) 형사는 서도철(황정민 분) 형사가 자신을 대신해서 연쇄살인범 ‘해치’로 오인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듭니다. 이처럼 수사기관이 진범을 오인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무고죄에 해당할까요?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무고죄를 통해서 보호하려는 것은 국가 심판기능의 적정한 행사와 무고당한 사람의 법적 안정성입니다.
현실에서 무고죄는 고소, 고발당한 피고소인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고소인, 고발인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소인이 무고죄로 고소당하면 고소를 취하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무고한 경우에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타인에게 자기 자신을 무고하도록 시키면 무고죄의 교사범이 성립될 수 있습니다.
무고죄에서 허위신고의 상대방은 ‘공무소, 공무원’입니다. 모든 ‘공무소, 공무원’을 의미하지 않고, 형사처분, 징계처분을 할 수 있는 해당 관서나 그 소속 공무원을 말합니다. 검사나 사법경찰관, 국세청장 등은 ‘공무원’에 해당하나 농업협동조합중앙회는 ‘공무소,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허위사실을 자발적으로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여야 합니다. 허위사실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것으로서, 그 신고된 사실로 인하여 상대방이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될 위험이 있는 것을 말합니다.
객관적으로 진실이면 정황이 다소 과장된 경우나 죄명을 잘못 적은 경우, 범죄 주체를 잘못 적은 경우라도 허위신고는 아닙니다. 허위신고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고소기간 경과나 공소시효 완성이 분명하여 처벌되지 않는 경우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것처럼 신고하면 무고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허위신고는 자발적으로 해야 무고죄가 성립합니다. 수사하는 조사관의 요청, 수사기관의 신문에 의하여 허위 진술하는 것은 허위신고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고소장에 기재하지 않은 사실을 고소보충조서를 받으면서 자진하여 허위진술을 하면 무고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박선우 형사가 자신에게 좁혀오는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서 서도철 형사를 연쇄살인범 ‘해치’로 오인할 상황을 만드는 것은 무고죄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박선우 형사가 자발적으로 허위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우처럼 실체적 진실에 반하여 진범이 아닌 사람이 처벌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수사, 재판 등을 통해서 범죄와 관련된 실체적 진실을 밝혀가지만 수사, 재판 등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실체적 진실에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사건의 당사자도 실체적 진실을 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건의 당사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쪽만 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기에게 유리하게 기억이 왜곡되기 때문입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베테랑2’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