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든페이스’(감독 김대우)는 2011년에 개봉한 콜롬비아 영화 ‘히든페이스’를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동성애, 질투, 밀실, 관음 등의 소재를 조합하여 극적 긴장감을 끝까지 잘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작품 속에서, 미주(박지현 분)는 스스로 밀실에 들어간 수연(조여정 분)이 나오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꺼내주지 않습니다. 또 수연은 미주를 밀실에 가두고 족쇄까지 채우면서 꺼내주지 않습니다. 이러한 미주와 수연의 행위는 체포·감금죄에 해당할까요?
체포·감금죄는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하면 성립하는 범죄로, 동일한 조항에 규정되어 있으며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체포·감금죄는 사람의 신체 활동의 자유, 특히 장소 선택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장소 선택의 자유는 일정한 장소에서 떠날 수 있는 자유이며 잠재적 자유를 말합니다.
체포·감금죄에서 사람은 현실적으로 신체 활동의 자유가 없을지라도 곧 활동이 기대되는 잠재적 자유를 가진 자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수면 중에 있는 사람이나 정신병자도 포함되나 출산 직후의 영아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체포는 사람의 신체에 대해 직접적, 현실적인 구속을 가해 신체 활동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손발을 포박하는 경우, 권총이나 칼을 겨누어 꼼짝 못 하게 하는 경우, 경찰관을 사칭해서 연행하는 경우 등이 체포에 해당합니다.
영화에서 밀실에 갇힌 미주는 족쇄를 차고 있습니다. 수연이 직접 미주에게 족쇄를 채우는 것은 물론이고 수연이 시켜서 미주가 스스로 자신을 족쇄 채운 것도 체포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체포 행위도 수연의 감금행위 중에 있었기 때문에 감금죄만 성립할 것입니다.
감금은 사람을 일정한 장소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여 신체 활동의 자유를 장소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사람을 두고 문을 자물쇠로 잠그거나 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계속 달리는 경우, 높은 곳에 올라간 사람의 사다리를 치우는 경우 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읽거나 들었던 ‘선녀와 나무꾼’에는 나무꾼이 샘에서 목욕을 하는 선녀의 날개옷을 감추고 결혼을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나무꾼이 목욕하는 선녀의 옷을 감추는 행위는 선녀가 목욕하는 곳에서 나올 수 없게 하는 것으로 감금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체포한 후에 계속해 감금한 때에는 포괄해서 감금죄 하나만 성립합니다. 한꺼번에 여러 사람을 감금하면 감금된 사람의 수만큼 감금죄가 성립합니다. 체포 ·감금의 수단으로 폭행, 협박을 가하더라도 별도로 폭행,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으나, 체포·감금 중에 폭행, 협박하면 중체포·감금죄로 형이 가중됩니다.
영화 속 수연은 밀실에 스스로 들어갔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감금한 것으로, 감금죄는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수연은 미주가 준 열쇠로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미주가 준 열쇠가 밀실을 나올 수 없는 것이었다면 미주에게 감금죄가 성립할 것입니다.
스스로 자기 자신의 신체를 가두는 것은 감금죄가 성립하지 않듯이 고민 등으로 자신의 생각을 밀실에 가두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신체는 언제든지 감금을 풀고 나올 수 있지만 밀실에 갇힌 생각은 밀실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히든페이스’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