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이닝 윌커슨 과감하게 포기 … 데이비슨 선택 대모험
전체 3번 1차지명 김민석 보내고 정철원 영입
데이비슨이 윌커슨 만큼 이닝 먹방 가능할까
정철원 중간에서 해줘야 전력 업그레이드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핵심 전력은 정철원이다. 정철원이 잘해줘야 롯데의 중간이 살아난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2024년 스토브리그에서 롯데는 화제의 중심은 아니었지만, 알찬 시즌을 보냈다. 그룹 사정도 좋지 않았지만, 꼭 필요한 곳에만 돈을 썼다. 김원중·구승민을 눌러앉혔고, 찰리반즈와 레이예스와의 재계약도 성공했다. 김진욱도 한 시즌 더 팀과 동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전력은 거의 그대로 남아있는 셈이다.
결국 올 시즌 5강행의 향배를 가늠할 전력은 데이비슨과 정철원이다. 데이비슨은 지난해 월커슨을 내보내면서 영입한 선수다. 그런데 월커슨은 그냥 선발 투수가 아니었다. 무려 200이닝에 가까운 이닝을 소화했고, 시즌 중반 롯데가 위기를 맞이했을때도 버텨준 '사직의 예수'같은 존재였다. 어떤 선수가 와도 200이닝의 공백을 메워주기는 쉽지가 않다. 하지만 롯데는 이미 시즌 중반부터 윌커슨과의 재계약을 고민했다. 많은 나이, 후반기 들어서 올라가는 피안타율과 피홈런, 거기에 올 시즌 시행되는 피치클락도 영향을 미쳤다.
롯데 자이언츠의 새 용병 터커 데이비슨. 연합뉴스
결국 롯데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 터커 데이비슨(Tucker Davidson, 28)과 보장 금액 85만달러, 인센티브 10만달러 포함, 총액 95만달러에 계약했다. 데이비슨은 키 188cm, 체중 97kg 좌완 선발 투수이다. 마이너리그 통산 600이닝 이상 소화했으며, 30승 44패, 평균자책점 3.22를 기록했다.
데이비슨은 투구 타점이 높고 디셉션이 좋으며, 직구,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 등 다양한 구종을 완급 조절하며 던질 수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데이비슨이 영입되며 롯데는 일단 선발진에 무려 3명의 좌완투수가 존재하면서 좌완 갈증은 완전히 덜어냈다. 반즈가 검증된 선수라는 것을 고려하면 결국 데이비슨의 성과가 올 시즌 롯데의 성적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크다.
롯데에는 이민석, 박준우, 박진 등 5선발 후보가 있지만 이들은 아직 상수라고 보기 힘들다. 월커슨의 공백은 데이비슨 외 아무도 메울 수 없다.
롯데구단 관계자는 “데이비슨이 가장 중요하다. 잘해줘야할텐데”라는 말로 그 무게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오른쪽)과 주장 전준우가 2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전지훈련을 가기 전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한 명 중요한 선수는 정철원이다. 사실, 롯데가 김민석을 내준 것은 큰 모험이었다. 최근 드래프트에서는 야수 부문에서는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김민석은 피지컬도 훌륭하고 컨택트 능력이 좋고 발도 빠른 자원이다. 거기에 교육리그 MVP에 오를 정도로 독한 마음을 먹고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프로 2년차의 젊은 선수였다. 무엇보다 전면드래프트 전체 3번 지명권을 투입한 선수다. 이런 선수를 내준 다는 것 자체가 롯데에게는 큰 모험이다. 보통 3~4년차에 1라운드급 야수 선수들이 터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두산으로 트레이드 된 김민석. 연합뉴스
하지만 김민석은 김태형 감독 체제하에서는 분명히 전력 외 선수였다. 따라서 전력 외 선수를 주고 정철원을 영입했다면 전력에서는 큰 플러스 효과다. 롯데는 시즌 초반 필승조에 과부하에 고민했다. 그 고민을 해결해줄 선수가 정철원이다. 김태형 감독은 정철원을 잘 활용해본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을 믿고 정철원을 선택했다. 김태형 감독이 정철원을 확실하게 잡겠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자원이다.
롯데의 가장 큰 관건은 윌커슨이 먹어준 196이닝을 공백을 메우는 것. 이는 쉽지 않은 과제이고 가장 큰 과제이기도 하다. 뉴스1
아직 신인 1라운드 김태현은 롯데 내부에서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당장 중간에서 획기적인 역할을 해주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정철원이 살아야 롯데의 중간이 살아난다. 스토브리그에서 롯데의 가장 큰 승부는 윌커슨의 교체와 정철원의 트레이드였다.
롯데의 2026년 전력은 2025년에 비해 업그레이드일까. 다운그레이드일까. 그 해답은 이 두명에게 달려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