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공동 다승왕 이예원, 통산 7승 등정
18번 홀 끝내기 이글로 홍정민 꺾어
"2025년 목표는 4승과 단독 다승왕"
3년전 두산 매치 플레이 리벤지에도 성공
이예원 두산 위브 챔피언십 우승으로 통산 7승 등정에 성공했다.KLPGA 제공
【부산=전상일 기자】 18번 홀 남은 거리는 8.6m. 홍정민이 버디를 성공한 상황에서 남아있는 이예원(22·메디힐)의 이글 퍼트. 안전하게 버디를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이예원은 이글을 노리는 적극적인 공략을 시도했다. 그 선택은 적중했다. 회심의 이글 퍼트가 홀컵에 그대로 빨려 들어가며 4일간의 혈투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역대급 명승부 끝에 이예원이 통산 7승 등정에 성공했다. 이예원은 6일 부산 동래베네스트 CC(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두산건설 위브(We've)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 4라운드에서 2언더파를 쳤다. 4일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이예원이 우승 직후 동료들에게 물세례와 꽃세례를 받고 있다.KLPGA 제공
이번 2025 KLPGA 국내 개막전인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은 이예원 vs 홍정민의 매치플레이라고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3R부터 두 명은 단 한 번도 2타 이상 벌어지지 않고 동타를 수없이 반복하며 우승 경쟁을 펼쳤다.
사실 이예원과 홍정민은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지난 2022년 당시 신인이었던 이예원과 2년 차였던 홍정민은 2022년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첫 승에 도전했다.
6일 부산 동래베네스트CC에서 열린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파이널 라운드에서 홍정민이 2번홀 파세이브 홀아웃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결승에서 만난 두 명의 승부도 18번홀(파4)에서 갈렸다. 홍정민은 세 번째 샷을 1m 안쪽에 붙였고, 이예원은 약 5m 거리에 붙였다. 결국 홍정민은 버디, 이예원은 파를 기록하며 홍정민이 생애 첫 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끝내기 이글로 이예원이 홍정민에게 완벽하게 리벤지에 성공했다.
이예원이 6일 부산 동래베네스트CC에서 열린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FR 2번 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KLPGA 제공
이예원과 홍정민은 최종 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팽팽하게 맞붙었다. 첫 번째 위기는 이예원이 맞이했다. 9번 홀(파5)과 11번(파4) 홀에서 숏퍼트 실수를 범하며 보기를 기록한 것이다. 초반 티샷이 계속 페어웨이를 외면하며 다음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홍정민은 안정적이었다. 경기 초반 티샷이 대부분 페어웨이를 지켰고 정교한 어프로치도 불을 뿜었다. 2번 홀부터 12번 홀까지 한 번도 타수를 잃지 않았다. 11번 홀이 끝난 시점에서 홍정민과 이예원이 2타 차로 벌어졌을 때 우승이 결정된 것 아니냐는 탄식이 나왔다.
6일 부산 동래베네스트CC에서 열린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파이널 라운드에서 이예원이 2번홀 파세이브 홀아웃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하지만 아니었다. 이때부터 이예원의 반격이 시작됐다. 이예원은 12번 홀(파3) 버디 등 2개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홍정민을 압박했다. 반면 홍정민은 16번 홀(파4)에서 더블 보기를 기록하는 등 평정심이 흔들리며 이예원의 추격을 허용했다.
양 선수는 17번홀까지 10언더파로 동타를 이뤘다. 남은 것은 18번홀(파5)뿐. 홍정민이 훌륭한 어프로치로 버디에 성공하며 연장에 돌입하는 듯했지만, 이예원이 본인의 첫 이글로 맞받아치며 혈투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이예원이 아이언 세컨샷을 치고 있다. KLPGA 제공
홍정민이 퍼팅 라인을 살피고 있다. KLPGA 제공
이예원은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3차례 우승을 거두며 공동 다승왕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6월 이후 한차례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해 임팩트적인 측면에서 다소 아쉬웠다. 체력적인 부담이 결정적 이유였다. 올해는 이런 부분을 보완하고자 체중을 불리고, 비거리를 늘리며 시즌을 준비했다. 그리고 불과 2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신지애는 이번 대회에서 이븐파를 기록하며 마무리했다. KLPGA 제공
경기 후 이예원은 "최대한 시즌 첫 우승을 빨리하고 싶었는데 생각대로 돼서 기쁘다"며 "올 시즌 목표는 4승과 단독 다승왕"이라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한편, 막판 3연속 버디를 기록하는 등 추격에 열을 올린 안송이가 9언더파로 3위를 기록했고 정지효가 8언더파 4위로 뒤를 이었다. 레전드 신지애는 이븐파로 28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