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인 버디로 흐름 전환, 방신실‧박주영 꺾고 정상 등극 "아이언과 어프로치가 우승의 비결" "우승 선물로 오래된 핸드폰 바꾸고 싶다"
13일 경북 구미시 골프존카운티 선산에서 펼쳐진 iM금융오픈 우승자 김민주가 우승 직후 환호하고 있다. KLPGA 제공
【구미(경북)=전상일 기자】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무명' 김민주가 경북 구미시에서 열린 KLPGA 투어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iM금융오픈 초대 챔피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김민주는 13일 경북 구미시 골프존카운티 선산(파72·6683야드)에서 열린 iM금융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4언더파를 기록, 나흘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박주영·방신실을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KLPGA 95번째 대회 참가 만에 첫 우승이다. 이날 구미는 추운 날씨와 함께 깃대가 크게 흔들릴 만큼 강풍이 불었다. 따라서 정교한 샷을 구사하는 선수가 장타자보다는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상대적으로 변수가 없는 것이 숏게임이었기 때문이다.
13일 경북 구미시 골프존카운티 선산에서 펼쳐진 iM금융오픈 우승자 김민주가 경기 후 동료들에게 물세례를 받고 있다. KLPGA 제공
김민주는 KLPGA 투어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쳐왔지만,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2022년 셀트리온 마스터스에서 박민지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우승 경쟁과는 인연이 없었다. 지난해에도 평균 타수 71.5165로 26위, 드라이버 거리 244.3357야드로 22위에 머무르는 등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특히 시즌 막바지 10번의 대회에서 3번의 컷 탈락을 포함해 단 한 번도 20위 안에 들지 못하며 팬들의 뇌리에서 잊히는 듯했다.지난해 총 7차례 TOP10에 이름을 올린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하지만 김민주는 2025년 KLPGA 투어 세번째 대회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잠재력이 만개했음을 증명했다.
방신실이 12일 경북 구미시 골프존카운티선산CC에서 열린 KLPGA투어 iM금융오픈 3라운드 4번 홀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KLPGA 제공
3라운드 종료 후 iM금융오픈 선두는 방신실과 박주영이었다. 김민주는 단독 5위로 최종 라운드를 맞았다. 김민주의 상승세는 9번 홀(파5)에서 어프로치에서 시작됐다. 9번 홀 티샷이 나무를 맞고 깊은 러프에 빠지는 위기를 맞았다. 그는 페어웨이로 공을 빼내는 안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22.7m 거리에서 시도한 3번 우드 서드샷 이후, 20.6m 어프로치 샷이 그대로 홀 컵에 빨려 들어가는 '칩인 버디'를 기록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10번 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한 김민주는 이후 단 한 번의 실수없이 파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선두를 달리던 방신실은 장기인 티샷 거리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숏게임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번번이 버디 기회를 놓쳤다. 특히 12번 홀에서 4m 파 퍼트에 실패하며 김민주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박주영이 12일 경북 구미시 골프존카운티 선산에서 열린 KLPGA iM금융오픈 3라운드 18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KLPGA 제공
김민주는 파세이브를 계속 이어가며 선두를 굳건히 지켰지만, 17번 홀에서 3.1m 파 퍼트가 홀컵 바로 앞에서 멈추면서 보기를 기록, 노보기 행진을 마감했다.
하지만 방신실 또한 17번 홀에서 3m 파 퍼트를 놓치며 보기를 범해 김민주와의 격차는 2타 차로 벌어졌다. 사실상 김민주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iM금융오픈 우승자 김민주. KLPGA 제공
김민주는 마지막 18번 홀에서도 완벽한 어프로치로 버디를 기록하며 자신의 우승을 자축했다. 방신실·박주영이 김민주의 뒤를 이어 최종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이가영, 지한솔,리 슈잉이 공동 4위를 기록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두산 위브 챔피언십 이예원은 이날 2언더파를 기록하며 7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iM금융오픈 우승자 김민주가 경기 후 미디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KLPGA 제공
김민주는 경기 후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첫 우승이라는 선물 같은 일이 벌어져서 행복하다"며 "어제, 오늘 아이언샷과 어프로치가 좋았던 것이 우승의 비결이었던 것 같다. 우승 선물로 나의 오래된 핸드폰을 바꾸고 싶다"고 수줍게 우승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