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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과' 이혜영·김성철의 대체불가 캐스팅, 늙음과 젊음의 충돌을 보는 묘미

입력 2025.04.25 18:37수정 2025.04.28 12:31
민규동 감독 신작, 30일 개봉
영화 '파과' 이혜영·김성철의 대체불가 캐스팅, 늙음과 젊음의 충돌을 보는 묘미[이 영화]
영화 '파과'에서 60대 전설의 킬러로 분한 60대 여배우 이혜영. NEW 제공


영화 '파과' 이혜영·김성철의 대체불가 캐스팅, 늙음과 젊음의 충돌을 보는 묘미[이 영화]
영화 '파과' 속 한 장면

영화 '파과' 이혜영·김성철의 대체불가 캐스팅, 늙음과 젊음의 충돌을 보는 묘미[이 영화]
영화 '파과' 속 한 장면

[파이낸셜뉴스] 신구(89), 박근형(85), 윤여정(77)과 비교하면 이혜영(63)은 명함도 못 내밀 청년의 나이다. 하지만 60대 여배우가 액션 연기에 도전했다면 말이 다르다. 이국적 외모와 카리스마로 존재감을 과시했던 데뷔 44년차 이혜영이 전설의 킬러로 변신했다. ‘파과’는 그의 도전과 변신 그 자체만으로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동명 소설 영화화, 65세 여성 킬러 '조각' 주인공

‘파과’는 뉴욕타임스 선정 ‘주목할 만한 책 100선’에 선정된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원작자는 앞서 ‘냉장고 속 뭉크러져 죽이 되기 직전의 복숭아로 추측되는 물건’을 보고 몸도 기억도 예전 같지 않은 65세 여성 킬러 ‘조각’을 창조했다. 사회 약자인 노인과 여성이 폭력적 사회에 ‘킬러’라는 이름으로 맞서 싸우는 이야기로 노화와 인간의 쓸모에 대한 뛰어난 통찰로 주목받았다.

영화는 ‘내 아내의 모든 것’ ‘무서운 이야기’ ‘간신’ ‘허스토리’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간 민규동 감독이 연출했다. 올해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치명적 노인을 연기한 이혜영의 열연과 시각적으로 눈부신 스릴을 선사한 민규동 감독의 영화”로 주목받았다.

민 감독은 24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60대 여성 킬러가 등장하는 액션 누아르물은 불가능하다는 주위의 만류에 오기가 생겼다”며 "장르적 쾌감과 드라마가 얽혀있는 독특한 영화를 지향했다”고 말했다.

“복수와 화해라는 큰 외피 속에 상실이 일상화된 오늘날, 보통 사람들이 상실을 딛고 살아가야 할 이유, 나이가 들었어도 자신의 쓸모와 가치를 찾아 성장하고 또 상처를 회복하고 살아가는 삶의 의지를 담고자 했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원작과 차이로 그는 "영화 속 주인공은 원작보다 훨씬 자주 부딪힌다"고 비교했다. "소설의 거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과거 분량이 영화에선 현재와 과거가 마치 동시간대처럼 연출됐다. 엔딩의 액션 장면은 원작을 충실하게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혜영, 김성철의 감정적, 물리적 대립이 관전 포인트

영화는 퇴물 취급을 받게 된 전설의 킬러 조각(이혜영)과 그런 조각의 자리를 넘보는 업계의 신성 투우(김성철)의 대립을 그린다. '마녀2'로 주목받은 뒤 요즘 드라마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 출연 중인 신시아가 조각의 아역 시절 '손톱'을 연기했다.

조각은 우연히 자신을 치료해 준 동네 수의사 강선생(연우진)에게서 자신을 거둬준 스승 류(김무열)를 떠올리고, 투우는 그런 조각의 감정적 변화를 못마땅해하며 주변을 맴돈다.

'파과'는 자신의 늙음을 매일매일 체감하는 연륜의 킬러 조각과 아이처럼 잔인하고 에너지 넘치는 투우의 감정적, 물리적 대립이 관전 포인트다. 적격의 캐스팅은 기존 오락 위주 액션물과 다른 리듬과 결을 가진 이 영화를 감상하는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 준다.

무엇보다 고전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아우라를 가진 이혜영을 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그는 존재 자체로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구더기와 함께 땅속에 파묻히고, 밧줄을 쥐고 공중을 가르며 총을 쏘는 등 영화 곳곳 고난도 액션 장면에서는 여배우의 피땀 눈물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특히 날카로운 비녀로 상대의 급소를 공격하는 절제되고도 민첩한 액션은 상대 장정들이 고꾸라질 때마다 묘한 쾌감을 준다.

조각에 대한 투우의 감정적 서사도 눈길을 끈다. 투우와 조각의 과거사가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폭발하는 투우의 감정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투우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멜로 액션물이다.

김성철은 “조각과 투우의 관계를 차곡차곡 쌓아올렸다가 마지막 대결에서 폭발해야 했다”며 “엔딩 액션 장면을 일주일 정도, 해 뜰 때부터 해 질때까지 찍었는데, 촬영 후 감독님이 오열했고 저도 울었다. 이혜영 선배한테 전우애를 느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혜영은 "제가 부상을 많이 입은데다 힘이 부족해 (액션 신 촬영 과정에서) 김성철이 고생을 많이 했다"며 "제 실력보다 영화에서 훨씬 능력 있는 여성으로 나왔다. 제가 연기한 조각은 통념을 깬 인물인 것 같다. 늙은 여자라기보다 한 인간으로서 조각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15세 관람가, 30일 개봉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