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촌 우창록 명예회장 (2) 버려진 땅을 축제의 장으로 만든 '마스터스' 전통 메이저 골프대회 마스터스 사진촬영 못해 경기 몰입력 높아 최고의 명승부와 명장면 펼쳐져 회원중심·접대 등 韓문화와 달리 자원봉사자 모여 명예롭게 임해
매년 4월이 되면 전 세계 골프 팬들의 눈은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열리는 마스터스 토너먼트로 향한다. 마스터스는 '명인열전', '꿈의 무대', '세계인의 축제' 등 수많은 수식어로도 설명이 부족한 최고 권위의 대회다.
법무법인 율촌의 창업주인 우창록 명예회장(72)은 2018년에 이 꿈의 무대를 밟았다. 그는 "시골의 버려진 땅을 일궈 전 세계 골퍼들이 즐기는 축제로 만든 마스터스를 보면서 무척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마스터스도 처음부터 주목받은 건 아니었다. 대회장인 오거스타내셔널GC는 원래 문 닫은 육묘장 부지였다. 이 조용한 시골 마을을 발견한 건 아마추어로 메이저 대회 13승을 거둔 '명인' 바비 존스(1902~1971)였다. 1930년에 은퇴한 존스는 레슨 필름 제작과 출간으로 큰돈을 번 뒤 지인들과 조용히 골프를 즐길 마음으로 골프장을 지었다. 1933년 오픈한 뒤 1934년부터 가까운 지인과 골퍼를 초청해 조촐하게 연 대회가 마스터스의 전신인 오거스타내셔널 인비테이션 토너먼트였다.
마스터스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진 게 아니다. 오거스터내셔널 공동 창립자이자 마스터스 토너먼트 회장을 지낸 금융인 출신 클리포드 로버츠(1894~1977)는 탁월한 경영가였다. 그는 마스터스의 권위를 위해 차별화된 전통을 만들고 대회를 철저히 관리했다. 1939년에 대회명을 마스터스로 바꾼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1949년부터 우승자에게 수여한 그린재킷, 1952년부터 시작된 챔피언스 디너 등도 그 전략 중 하나였다. 우 명예회장은 "전 세계 골퍼들이 마스터스에 열광하고 지금 같은 명성을 가질 수 있었던 건 그런 전통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스터스는 까다롭다. 갤러리들도 지켜야 할 규칙이 많다. 휴대폰, 카메라 등 일체의 전자기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사진을 찍는 대신 눈앞의 경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다른 홀의 상황도 실시간으로 알 수 없다. 이런 환경은 선수들을 경기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하고 최고의 명승부와 명장면을 만들어 낸다. 우 명예회장은 "한국에서 갤러리들에게 그렇게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한다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선수와 갤러리 모두가 골프 축제를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대회와는 다른 점이 무엇일까를 계속 생각하면서 내내 부러운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마스터스에는 미국 내 지원자는 물론 전 세계에서 자원봉사자가 모인다. 선발 절차도 쉽지 않다. 충분한 업계 경험에 신원을 충분히 보증할 추천서는 필수다. 그만큼 참여자들은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 함께 한다는 것에 큰 명예를 느낀다. 우 명예회장은 2018년 마스터스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을 만났다. 여성 입회 금지 전통을 깨고 2012년에 오거스타내셔널의 첫 여성 회원이 된 라이스는 손님들을 영접하는 역할을 맡았다. 자원봉사자는 물론 클럽의 회원들도 축제에 똑같은 조건으로 참여해 즐기는 모습은 마스터스가 지닌 또 하나의 전통이다.
우 명예회장은 "국무장관 출신이 즐거운 마음으로 손님 영접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보면서 체질화된 봉사 정신과 마스터스의 무게를 느꼈다. 회원 중심의 폐쇄적인 한국의 골프장 문화나, 대접받는 문화에 익숙한 상황을 다시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통은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를 알려준다. 마스터스의 91년 전통은 특별한 가치를 만들었고, 그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우 명예회장은 "우리는 오거스타내셔널 같은 골프장을 지을 수 있을까, 마스터스 같은 축제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골프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이제는 전통을 만드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들과의 차이점과 우리 골프계에 필요한 것들을 생각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