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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만 빠른 투수 아니다. 이제는 버텨낸다… 롯데 이민석, 진짜 선발 투수의 문을 열다

입력 2025.05.23 09:32수정 2025.05.23 15:00
5선발로서 첫 QS에 이어 첫 선발승까지
아직 세기 아쉽지만, 무너지지 않고 버텨내는 경기 늘어
평균 구속 150km 이상의 희소한 강속구 투수
롯데의 마지막 1차지명, 드디어 꽃 피울까
구속만 빠른 투수 아니다. 이제는 버텨낸다… 롯데 이민석, 진짜 선발 투수의 문을 열다
2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1회 초 롯데 선발투수 이민석이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부산 사직구장의 밤하늘에 다시 희망이 피어오르고 있다. 긴 재활과 반복된 좌절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한 젊은 투수가, 마침내 프로야구 1군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알렸다. 롯데 자이언츠의 5선발 이민석(21)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22일 LG 트윈스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이민석은 5이닝 4실점이라는 숫자만 보면 평범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롯데가 애타게 기다려온 '희망의 우완'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날 그는 최고 154km/h를 찍은 빠른 공과 140km/h대의 슬라이더를 앞세워 타자들을 요리했다. 경기 중반 한 차례 스리런 홈런으로 흔들렸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고 흐름을 지켜냈다.

고교 시절부터 눈길을 끌었던 이민석은 2022년 롯데의 1차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성했다. 첫해부터 27경기에 나서며 1승 5홀드를 거두며 유망주로 평가받았지만, 2023년은 참혹했다. 개막전 자진강판 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시즌 아웃, 그리고 길고 고된 재활. 이민석은 야구를 다시 할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던 시간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그는 돌아왔다. 단단해진 몸과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제구’라는 숙제를 일부나마 풀어낸 상태로 말이다. 지난 11일 KT 위즈전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알렸고, 이번 LG전에서는 마침내 데뷔 첫 선발승이라는 성과를 손에 쥐었다.

구속만 빠른 투수 아니다. 이제는 버텨낸다… 롯데 이민석, 진짜 선발 투수의 문을 열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이민석. 뉴시스

이민석은 프로 무대에서 이미 평균 151km/h에 달하는 포심을 던지고 있다. 국내 선수 중에서는 상당한 수준이다. 여기에 평균 140km를 웃도는 슬라이더, 체인지업까지 갖췄다. 단순히 ‘강속구 투수’로 불리기엔 그의 무기는 더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처럼 구속에만 의존해 무너지는 일은 줄었고, 타자들과의 수 싸움에서 완급조절과 멘털 관리까지 가능해진 모습이다. 아직은 세기가 부족하지만 그래도 최근 5이닝 이상을 끌어주는 모습이 계속 나오고 있다.

현재 롯데는선발진 운영에 고민이 많다. 특히 시즌 초 1선발 반즈·5선발 김진욱의 이탈로 선발진의 공백이 예상됐던 상황.

이민석의 등장은 단순한 대체 이상의 의미다. 그는 롯데의 미래이자, 한 때의 기대주가 아닌 지금의 전력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민석의 목표이자 관건은 '꾸준함'이다. 사실, 이민석은 이미 작년 스프링캠프 때부터 핵심 선발 자원으로 꼽혔다. 꾸준하게 던질 수만 있어도 선발 한자리는 이민석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했다.

윤희상 KBS N 위원은 야구의 참견에서 윤희상 위원은 이민석에 대해 “아프지만 않으면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는 선수”라며 “김태형 감독은 단순하게 주문하는 스타일의 감독이다. 김 감독과 이민석이 잘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차우찬 위원 또한 “투구폼이 좋다.
다치지만 않으면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민석의 가능성을 크게 봤다.

단 한 경기의 반짝이 아닌, 시즌 전체를 완주하며 팀의 믿음을 실력으로 보답하는 일. 구단도, 팬들도, 그리고 그 자신도 기다려온 바로 그 모습이다.

부상과 부진을 딛고 돌아온 이민석. 이제 그는 ‘구속만 빠른 투수’가 아닌, 진짜 선발투수로서 새로운 챕터를 쓰기 시작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