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16년만에 무패로 예선통과
이강인, 이재성, 황희찬, 김민재, 손흥민, 황인범 유럽파 건재
배준호, 오현규 등 신성들도 발굴
48개국으로 확대.. 예선통과 후 2번 이겨야 8강
내년 만 34세 손흥민은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일 수도
쿠웨이트전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홍명보 감독.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에서 쿠웨이트를 상대로 4-0 대승을 거두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자축했다.
이번 승리로 한국은 월드컵 예선을 조 1위로 마무리했으며 16년 만에 월드컵 예선 무패라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이 현재와 같은 최종 예선 방식에서 '예선 무패'를 기록한 것은 지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제 한국의 시선은 내년 6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으로 향한다. 48개국으로 출전국이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조별리그를 통과한 후 토너먼트에서 두 번 승리해야 목표인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브라질 월드컵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화려한 스쿼드를 품에 안고 북중미로 향한다. 내년에 최고의 기량을 유지할만한 선수들이 꽤 많다. 대표적인 선수가 이강인, 황인범, 이재성 등이다.
쿠웨이트전에서 첫 골을 넣고 있는 이강인. 연합뉴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0차전 대한민국과 쿠웨이트 경기에서 황인범이 패스하고 있다. 뉴스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를 들어올린 이강인은 이날 상암벌을 종횡무진 휘젓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선보였다. 황인범이 넓은 시야로 좌우, 전후방으로 질 좋은 패스를 뿌려댔다면 이강인은 특유의 간결하고 현란한 드리블로 상대의 밀집 수비를 직접 헤집어 놓았다. 이강인이 짧은 터치로 수비 2∼3명의 탈압박을 하며 골대로 전진할 때마다 축구 팬들의 감탄이 쏟아졌다. 또 코너킥과 프리킥 전담 키커로 예리한 킥력을 뽐냈다.
독일 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재성(마인츠)은 이번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동안 대표팀 소집에 빠지지 않고 들어와 묵묵히 제 몫을 했고, 필요할 때 '한 방'을 터뜨리기도 하며 본선 진출에 기여했다.
황인범(페예노르트)은 대한민국의 심장이다. 네덜란드 이적 후 더욱 농익은 기량을 과시 중이다. 이미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황인범의 중원 장악력은 크게 빛난 바 있다. 발베르데 등 세계적인 미드필더들과의 중원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황인범은 예선 16경기 중 부상으로 뛰지 못한 지난 3월 오만과의 7차전을 제외한 15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쿠웨이트전에서 선제골을 터트린 오현규. 연합뉴스
이날 2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종횡무진 활약한 스토크시티의 배준호. 연합뉴스
새로운 원톱도 찾아냈다. 오현규(헹크)는 교체 출전으로 3골을 기록한 데 이어, 쿠웨이트전에서는 선발로 출전해 득점포를 가동하며 홍명보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팀 내 입지가 좁았던 셀틱을 떠나 헹크로 이적한 뒤 최근 물오른 경기력을 보였다.
영건 선수들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배준호(스토크시티)는 포스트 손흥민이 될 자질을 여실히 보였다. 22세 이하 대표팀에 소집됐다가 뜻밖의 기회로 A대표팀에 합류한 2003년생 배준호는 무려 2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배준호 외에도 전진우(전북), 원두재(코르파칸), 김주성(서울), 이한범(미트윌란) 등 어린 선수들 또한 발굴했다.
이밖에 올 시즌 부진하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창끝을 보유한 황희찬(울버햄튼), 세계적인 센터백 김민재(바이에른뮌헨)도 건재하다. 골키퍼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유럽파 선수들로 꾸릴 수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에 큰 힘이다.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이 지난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쿠웨이트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에서 승리한 뒤 열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축하 행사에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북중미 월드컵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손흥민(토트넘) 때문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때부터 한국 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해온 손흥민에게는 어쩌면 이번 월드컵은 마지막일 수도 있다. 1992년 7월 8일생인 손흥민은 내년 북중미 월드컵 기간 만 34세가 된다. 다음 월드컵에서 손흥민은 만 38세다. 정신적 지주로서라면 몰라도 핵심 손흥민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이 어쩌면 대한민국에 최고의 기회이자 매우 절실하고 소중한 기회인 이유다.
한편, 손흥민은 쿠웨이트전에서 A매치 통산 134경기에 출전해 이운재 베트남 대표팀 골키퍼 코치(133경기)를 제치고 우리나라 역대 대표 선수 최다 출전 부문 단독 3위로 올라섰다. 공동 선두인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 홍 감독(이상 136경기)과 단 2경기 차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