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 빅3 분류됐던 오시후, 김한홀, 안지원의 예상치 못한 부진
유신고 오재원이 가장 제 모습 보이는 외야수
김민규, 이홍희, 김주오, 고준휘 등 좋은 타격으로 눈도장
아직까지 압도적인 선수는 없어... 각 팀별 판단이 가장 중요
덕수고 외야수 오시후.사진=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올 시즌을 앞두고 아마추어 야구계에서 가장 주목했던 것은 외야수였다. 그 어떤 해보다 좋은 외야수 자원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외야수 황금어장'이라는 소리가 나왔다.
1학년때 황금사자기 MVP를 수상한 안지원, 2학년때 한화이글스배 올스타전에서 MVP를 수상한 오시후, 이미 1학년 말부터 빠른 발에 좋은 신체조건으로 주목받은 김한홀 등 유독 눈에 띄는 자원이 많았다. 하지만 고교야구가 명문고야구열전을 기점으로 막을 올린지 3개월이 지났지만 외야수 선수들의 활약도는 냉정하게 '기대 이하'다. 아무래도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이다.
2학년 때까지만해도 외야 최대어로 꼽혔던 오시후(덕수고)는 심각한 타격 부진에 빠져있다. 얼마전까지 타율이 1할대를 전전했다. 그나마 주말리그 후반기에서 17타수 7안타(0.412)를 치며 어느정도 올라오기는 했지만, 홈런은 단 1개도 때려내지 못하고 있다. 수비력보다는 공격력이 압도적으로 돋보이던 선수이기에 그의 타격 부진은 지명 순번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부산고 외야수 안지원. 사진=전상일 기자
안지원(부산고)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0.310을 때려내고 있지만, 주말리그에서도 신세계이마트배에서도 뚜렷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안지원의 가장 큰 장점은 구장을 훌쩍훌쩍 넘기는 좋은 파워와 좋은 운동 능력. 하지만 1학년때 0.385, 2학년때는 무려 0.421에 5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모두를 경악시켰던 때에 비하면 타격감은 크게 떨어져 있다. 그에 따라 최근 평가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김한홀(휘문고)도 마찬가지다. 김한홀은 현재 60타수 14안타 2루타 1개, 3루타 1개에 13 삼진으로 0.233의 타율에 그치고 있다. 전체적으로 타격감이 좋지 않다. 김한홀은 3명 중에서 가장 발이 빠르다. 신체적인 조건도 좋고, 어깨도 강한 편이다. 1학년 때부터 대형 외야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 보여주는 모습은 아쉽다.
모 구단 스카우트 관계자는 "잠재력은 상당히 뛰어난 선수다. 어깨도 좋고, 피지컬과 발이 상당히 좋다. 하지만 타격 타이밍이 좀 안맞는 듯하다. 조금만 수정해주면 잘할 듯 한데..."라고 여전히 김한홀의 잠재능력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휘문고 외야수 김한홀.사진=전상일 기자
그나마 오재원(유신고)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다행스럽다. 오재원은 0.419의 타율에 팀을 황금사자기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황금사자기에서 21타수 11안타를 때려냈고, 올해도 청소년대표팀에 승선할 가능성이 크다. 명문고야구열전에서도 그림같은 수비를 선보였다. 프로에서 즉시전력으로 쓸 수 있는 중견수 수비력과 빠른 발 그리고 정교한 타격능력에 장점을 지니고 있는 선수다. 다만, 송구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있다.
최근 프로야구에서는 김성윤, 김지찬 같은 신장이 작지만 다부진 외야수들이 활약하고 있는 샘플이 많아 오재원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무대에서도 오재원에게 관심이 있다는 후문이다. 현재까지만 보면 순번상 가장 앞설 가능성이 크다.
유신고 외야수 오재원.사진=전상일 기자
최근 떠오르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김주오, 이홍희, 김민규, 고준휘 등이 대표적이다.
김민규는 김한홀보다 더 빠른 발에 강한어깨를 갖고 있는 외야수다. 그런데 올 시즌 0.438의 고감도 타격능력에 9개의 도루를 선보이고 있다. 툴이 좋은 외야이고 중견수를 볼 수 있는 자원이기 때문에 많은 팀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타격 능력만 보자면 김주오(마산용마고)를 주목해볼 수 있다. 김주오는 이미 명문고야구열전에서 좋은 타격능력으로 눈도장을 찍은 선수다. 그 덕분에 한화이글스배 올스타전에도 선발됐다. 올 시즌 0.441의 고감도 타격을 선보이고 있고 홈런을 5개나 때려냈다. 타격능력은 상당하다. 다만, 수비는 다소 아쉬워 코너외야 자원으로 분류된다.
이홍희(공주고)도 사상 처음으로 출전한 명문고야구열전에서 주목받은 선수다. 이홍희는 당시 전주고와의 경기에서 무려 4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스카우트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그 기세를 몰아 한화이글스배 올스타전에서 출전했다. 좌투좌타에 정교한 타격능력을 보유한 선수다.
고준휘(전주고)는 경기고에서 전주고로 전학 온 선수다. 현재까지 꾸준한 활약으로 0.368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역시 외야수 지명 후보로 꼽힌다.
이밖에도 많은 외야 자원이 있지만 통상적으로 신인드래프트에서 고교 외야수 지명 숫자는 10명 이상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외야수는 대졸 선수와도 경쟁해야하기 때문이다. 또 내야에서 외야로 전향하는 선수도 많기 때문이다. 최대어라고 분류됐던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각 팀들의 고유의 선택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지금 부진하지만 여전히 잠재력을 믿을 것인지, 아니면 새롭게 치고나오는 선수들의 능력을 높게 평가할 것인지 판단이 중요해졌다.
마산용마고 외야수 김주오. 사진=서동일 기자
휘문고 외야수 김민규. 사진=전상일 기자
팀 전력을 봤을 때 외야 자원에 눈독을 들일만한 팀은 역시 KIA와 한화다. KIA는 나성범과 최원준의 향후 혹시 모를 이탈에 대비해야한다. 이우성이 매우 안좋고, 김호령이 올 시즌의 활약을 계속 보여준다는 보장이 절대 없다. 이창진은 냉정히 주전 자원은 아니다. 1R와 4R가 없는 KIA로서는 독자적인 시각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리고 2R 10번이라면 좋은 투수가 아니라면 최대어급 좋은 외야수를 선점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올시즌 활약, 본연의 툴, 포지션 등 다양한 부분이 고려 대상이다.
한화도 마찬가지다. 현재 타격이 다소 아쉬운 플로리얼을 주전 중견수로 낙점해서 쓰고 있을만큼 수비 좋고 발빠른 외야수가 필요하다. 작년 엄상백을 영입하며 장진혁의 보상선수 이탈도 영향이 있다. 문현빈이 좌익수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발빠르고 정교한 타격을 선보이는 중견수 자원이면 더 좋다. 3R(33번)에서도 좋은 자원을 잡을 수 있다.
물론, 해외 진출 선수들의 결과를 지켜봐야한다. 오재원이 분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1R에 뽑힐 것이라고 확신할만한 압도적인 선수는 없다.
모 구단 스카우트 관계자는 “외야수들의 활약이 기대보다는 전체적으로 많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장래성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 결국, 어떤 전략을 짜서 어떤 장점을 보고 선수를 지명하느냐가 이번 신인드래프트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전망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