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준이 73번째 대회에서 우승한 직후 우승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다.KLPGA 제공
[파이낸셜뉴스] 마지막 홀에서 끝내 웃은 건 기다림을 이겨낸 박혜준(22·두산건설)이었다.
177㎝의 장신 골퍼 박혜준이 마침내 KLPGA 무대에서 생애 첫 우승의 꿈을 이뤘다. 무려 73번째 출전 만에 거머쥔 트로피였다.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우승 순간의 미소도 눈부셨다.
박혜준은 6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파72·6684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15회 롯데 오픈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1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였다. 노승희(16언더파 272타)의 무서운 추격을 한 타 차로 따돌리고 통산 첫 승과 함께 2억1600만원의 우승 상금을 품에 안았다.
우승 직후 동료들에게 물 세례를 받는 우승자 박혜준. KLPGA 제공
시작 즈음에는 박혜준의 무난한 우승이 예상됐다. 탄탄한 플레이를 펼치며 3R부터 선두를 유지했다. 최종 라운드에서도 박혜준의 초반은 무난했다. 4번 홀과 5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전반에만 무려 3개의 보기를 기록한 노승희와의 격차를 5타 차까지 벌리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갤러리들은 그때부터 이미 박혜준의 우승을 직감했다.
그러나 하늘은 첫 우승을 쉽사리 허락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다. 박혜준이 후반 스코어를 줄이지 못하는 사이 이다연과 노승희의 추격이 매서웠다. 노승희는 18번 홀에서 극적인 샷 이글을 기록하며 박혜준과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롯데오픈 FR에서 박혜준이 1번 홀 티샷하고 있다.KLPGA 제공
하지만 박혜준은 침착했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박혜준은 0.37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길었던 우승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혜준은 마지막 퍼트를 성공시킨 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호주에서 주니어 시절을 보낸 그는 지난 2021년 8월 KLPGA에 입회했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아시아태평양골프연맹(APGC) 주관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촉망받는 선수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투어에서 박혜준은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했다. 지난 2022년 KLPGA 투어에 입문했으나 특별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결국 시드를 잃었고 2부 드림투어로 강등됐다.
절치부심 끝에 투어에 복귀한 지난해 투어에서 박혜준은 도약하기 시작했다.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서 우승 경쟁 끝에 2위에 올라 주목받았다. 그리고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또 한번 준우승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인천 청라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15회 롯데오픈 3라운드 3번 홀에서 노승희가 버디로 홀아웃한 뒤 갤러리를 향해 인사하고 있다.노승희는 1타 차이로 준우승을 차지했다.KLPGA 제공
이번 시즌에는 초반 부진을 딛고 지난달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톱10에 진입하더니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정상에 섰다. 이 우승으로 박혜준은 대상 포인트 순위를 49위에서 22위로, 상금 순위를 36위에서 12위(3억2949만4856원)까지 끌어올렸다.
노승희는 16언더파로 단독 2위에 머물렀고, 배소현과 이다연이 15언더파 공동 3위에 자리했다. 방신실은 유현조, 서교림과 함께 공동 5위(11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미국여자프로골프에서 활약 중인 김효주와 최혜진은 나란히 8언더파로 공동 18위에 머물렀다.
시즌 3승으로 다승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예원은 1언더파 공동 48위로 부진했다.
고지우는 6언더파 공동 28위, 디펜딩 챔피언 이가영은 7언더파 공동 23위를 기록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 박혜준에게 우승 트로피 전달.KLPGA 제공
한편, 이날 대회에는 신동빈 회장이 6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5회 롯데 오픈 우승자 박혜준에게 트로피를 시상했다. 신 회장이 롯데 오픈을 방문한 것은 2021년 롯데 오픈이 시작한 이후 2022년, 2023년에 이어 세 번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