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스가 자신의 마지막 경기인 22일 롯데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목동 = 전상일 기자】 키움 히어로즈가 단기 대체 외국인 투수 라클란 웰스(31)와의 아쉬운 동행을 마무리하며 송별 행사를 가졌다. 웰스는 22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호투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결국 24일 오전 정들었던 한국 땅을 떠나 고국 호주로 돌아갔다.
23일 훈련 전, 고척돔 그라운드에는 키움 선수단 전원이 모여 웰스에게 따뜻한 작별 인사를 건넸다. 주장 송성문은 선수들의 친필 사인이 담긴 유니폼과 웰스의 KBO리그 첫 승, 첫 탈삼진 기념구를 직접 전달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웰스는 "팬들의 뜨거운 응원과 경기장에서 느꼈던 열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무엇보다 좋은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했다"며 "짧지만 소중한 경험이었고, 남은 시즌 팀의 선전을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구단은 웰스가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곁에서 내조한 아내 조지아 웰스에게도 고급 자개장 보석함을 선물하며 감사의 뜻을 전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키움 구단은 웰스에게 재계약을 요청했으나, 4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3.15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던 웰스는 3만 달러의 단기 계약을 마치고 호주 리그 복귀를 택하며 재계약을 거절했다. 양측은 상호 합의 하에 동행을 마무리했다.
웰스의 환영식을 열어준 키움 히어로즈.키움 구단 제공
웰스의 작별은 단순히 한 선수의 이탈을 넘어, 올 시즌 키움의 유례없는 '외국인 잔혹사'를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다. 기존 외국인 투수 케니 로젠버그의 골반 부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키움은 웰스마저 떠나보내고 다시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물색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만약 키움이 웰스의 후임자를 영입하게 되면, 올 시즌에만 무려 7번째 외국인 선수를 맞이하게 된다. 이는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래 KBO리그 한 시즌 최다 외국인 선수 기용 기록인 2001년 한화 이글스(7명)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이다.
2001년 한화는 제이 데이비스라는 걸출한 외야수가 있었지만, 투수진의 불안정으로 호세 누녜스, 데이비드 에번스, 브라이언 워런, 대린 윈스턴, 카를로스 차베스, 브랜던 리스까지 무려 6명의 투수 교체를 감행해야 했다. 키움은 현재 그 전철을 밟고 있는 셈이다.
키움의 올 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은 시즌 초부터 끊임없이 물음표가 붙었다. 지난 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던 아리엘 후라도(삼성)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kt)를 다른 팀에 넘겨주고, 투수는 케니 로젠버그 한 명에 야수 야시엘 푸이그와 루벤 카디네스 두 명을 기용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구단은 오른팔 에이스 안우진과의 '조합'까지 고려해 로젠버그를 영입했다고 설명했으나, 로젠버그는 고질적인 골반 부상으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여기에 2022년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푸이그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긴 뒤 퇴출당하며, 키움은 그 자리에 투수 라울 알칸타라를 채워 외국인 타자 2명 기용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자인했다. 카디네스가 부상으로 이탈하자 부상 대체 선수로 합류했던 스톤 개럿 역시 타율 0.241, OPS 0.590이라는 초라한 성적만을 남긴 채 20일 삼성전에서 마지막 모습을 보이고 팀을 떠났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