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전남 해남 파인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2025 파이널 라운드에서 24언더파로 최종 우승한 김세영이 동료 선수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전남 해남, 파인비치 골프링크스의 광활한 필드는 지난 며칠간 뜨거운 드라마의 무대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탱크' 김세영이 섰다. 무려 5년. 한국 여자 골프의 간판스타 중 한 명이었던 그에게 이 시간은 찰나이자 영겁이었을 것이다.
2020년 펠리컨 챔피언십 이후 끊겼던 우승의 목마름을, 김세영은 가장 한국적인 땅, 고향 영암과 지척인 해남에서 기어코 풀어냈다.
19일 펼쳐진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김세영은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단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우승을 달성했다. 최종 합계 24언더파 264타. 2위 하타오카 나사(일본)를 4타 차로 따돌린 압도적인 승리였다. 우승 상금 34만 5000달러(약 4억 9000만원)는 부활의 전리품이다. 그의 LPGA 통산 13번째 우승컵. 숫자는 그의 클래스를 증명한다.
끝내기 버디 김세영를 기록하며 LPGA 우승을 차지한 김세영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 날 경기는 쉽지 않았다. 3라운드까지 2위 그룹에 4타 차 리드를 안고 출발했지만, 3번 홀(파3)에서의 짧은 보기 퍼트는 순식간에 추격을 허용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노예림(미국)이 무섭게 따라붙으며 한때 격차는 단 1타 차.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갤러리를 덮쳤다.
하지만 김세영은 '킬러 세영'이었다. 위기에 강한 그의 본능은 5번 홀(파4)부터 깨어났다. 날카로운 아이언 샷으로 2m 버디를 낚아내며 스스로 불을 지폈다. 6번, 7번 홀에서 버디 행진을 이어가더니, 9번 홀(파4)에서는 장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다시 4타 차 리드를 벌렸다. 초반의 흔들림은 결국 더 큰 폭발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을 뿐이다.
후반에도 김세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안정적인 파 세이브와 14번 홀(파4)에서의 버디 추가는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노련한 경기 운영, 압도적인 집중력은 왜 그가 우승자인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19일 오후 전남 해남 파인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2025 파이널 라운드에서 24언더파로 최종 우승한 김세영이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우승은 단순한 개인의 영광을 넘어선다. 올 시즌 한국 선수의 LPGA 투어 6번째 우승이다. 김아림, 김효주, 유해란, 임진희-이소미, 황유민에 이어 김세영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한국 선수가 한 시즌 6개 대회 이상 우승을 기록한 건 2021년(7개) 이후 4년 만이다. 한국 여자 골프의 굳건한 위상을 재확인시켜준 셈이다.
특히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그동안 한국 또는 한국계 선수들이 강세를 보여온 무대. 2019년 장하나, 2021년 고진영, 2022년 리디아 고(뉴질랜드 교포), 2023년 이민지(호주 교포)까지 '코리안 DNA'의 우승 행진이 이어졌다.
지난해 해나 그린(호주)이 이 전통을 잠시 끊었지만, 올해 김세영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다시금 '안방 강세'의 역사를 썼다.
해남에서 터진 샴페인. 그 청량함은 5년간의 갈증을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고향 땅에서 펼쳐진 '붉은 바지' 김세영의 화려한 부활. 그의 전설은 현재 진행형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