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두산 보면서 야구의 꿈 키웠다" "12년간 응원해주신 KIA, 또 광주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박찬호가 두산 베어스와 4년 총액 최대 80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 베어스 제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프로야구 2026 FA 시장의 최대어였던 유격수 박찬호(30)가 결국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은 18일 “박찬호와 4년 총액 80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하며 명가 재건을 위한 가장 선명한 첫 조각을 끼워 넣었다. 올 시즌 동안 내부 육성과 자력 성장에 집중했던 두산은 젊은 내야에 중심을 잡아줄 확실한 ‘하트비트’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 해답이 박찬호였다.
두산은 안재석·박준순·오명진 등 재능 있는 자원들이 한 단계 도약하는 모습을 보며 미래를 확인했지만, 동시에 이들을 이끌 ‘완성형 주전 유격수’의 부재 역시 동시에 체감하고 있었다.
올해 두산 유격수 중 가장 오래 뛴 선수가 이유찬(541⅓이닝)이었고, 287이닝을 책임졌던 박준영은 최근 은퇴를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비 이닝 1,114⅓이라는 압도적인 안정감과 함께 187도루를 기록한 박찬호가 FA 시장에 나왔고, 두산은 기다렸다는 듯 과감히 뛰어들었다. 두산 관계자는 “박찬호는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력과 주루 센스를 겸비한 유격수로 내야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줄 수 있는 자원”이라며 “젊은 팀에 확실한 리더십과 활력을 더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찬호 스스로도 “내 야구의 모토는 항상 ‘허슬’이었다. 그 플레이 스타일이 두산의 상징인 ‘허슬두’와 가장 잘 맞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어린 시절 두산 베어스를 보며 꿈을 키웠다는 그는 “그 유니폼을 입게 돼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출처=연합뉴스)
구조적으로 보면 손실처럼 보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리빌딩 밸런스를 지키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기도 하다. 박찬호 역시 “광주 팬들의 사랑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전하며 12년 동안 뿌리내렸던 도시와 깔끔한 이별을 택했다.
두산의 측면에서 보면 이번 영입은 단순한 보강이 아니라 구단 철학의 전환을 의미한다. 두산은 내부 전력을 믿고 키우는 팀 컬러를 유지해왔지만, 왕조의 시절을 떠올리면 결정적 순간 외부 FA를 통해 ‘심장’을 데려왔던 패턴이 반복된다.
홍성흔, 장원준, 양의지… 그리고 박찬호. 두산그룹이 명가의 복원을 위해 다시 지원을 늘렸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김원형 감독이 두산의 12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주전 유격수 박찬호’를 취임 선물로 받은 것도 의미가 크다. 잠실에서의 박찬호는 아직 어색하지만,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순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