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겨울의 KIA, 계속된 전력 유출로 팬들 원성
가장 중요한 뼈대 중 하나를 세워
네일은 200만달러 클럽 가입
2026년 1선발 확보는 최소한의 보루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26일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과 총액 200만달러(계약금 20만, 연봉 160만, 옵션 2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밝혔다.KIA 타이거즈 제공
[파이낸셜뉴스] KIA 타이거즈가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 불안 요소 중 하나였던 외국인 에이스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과 최대 200만 달러에 재계약하며 2025시즌 로테이션의 ‘기둥’을 지킨 것이다. 오프시즌 내내 조용할 수밖에 없었던 KIA가 드디어 첫 번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큰 퍼즐 중 하나를 맞춘 셈이다.
박찬호가 이탈하고, 한승택도 팀을 떠났다. 내부 FA 3총사(양현종·최형우·조상우)와의 협상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고, 외국인 타자 1명과 외국인 투수 1명의 결정이라는 굵직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네일마저 놓쳤다면 KIA는 말 그대로 중심을 잃을 뻔했다.
네일은 지난 2년간 KBO리그에서 증명된 에이스였다. 26경기 12승 5패 평균자책점 2.53으로 우승을 견인한 2024년에 이어 올해도 27경기 8승 4패 평균자책점 2.25. 통산 20승 9패 평균자책점 2.38, 290탈삼진이라는 수치는 단순 안정감이 아니라 ‘1선발의 품질’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연합뉴스
KBO리그 외국인 투수 몸값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200만 달러 클럽’에 네일이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니퍼트(210만 달러), 헥터·루친스키(각 200만 달러)에 이은 역대 네 번째. KIA가 외국인 에이스를 대체하는 리스크를 피하고, 같은 금액 혹은 그 이상의 시장가를 치러야 할 수 있는 상황을 선제적으로 차단한 재계약이다.
KIA의 이번 스토브리그는 눈에 띄게 조용했다. 조용함 뒤에는 위기와 부담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박찬호 이탈로 내야의 중심이 흔들렸고, 한승택의 이적은 포수 포지션에 고민을 남겼다. 여기에 양현종·최형우·조상우라는 대형 내부 FA들의 계약 문제가 남아 있으며, 외국인 타자·불펜 구성도 다시 해야 한다. 사실, 네일까지 떠난다는 전망이 힘을 얻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메이저리그와의 돈싸움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KIA는 ‘가장 먼저 붙잡아야 할 선수’에게 과감히 움직였다. 네일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2025시즌의 뼈대를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KIA 팬들에게도 이번 재계약은 상징적이다. 박찬호의 이탈 소식이 들려오는 순간부터 광주 팬 커뮤니티는 무겁고 침체된 분위기였다.
“전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현실적 우려가 이어졌고, "내년 시즌은 포기한 것이냐"라는 자조 섞인 반응도 다수 나왔다.
네일의 잔류가 불투명하다고 떠도는 이야기들은 팬들의 불안을 더욱 키웠다. 그런 팬심에 가장 먼저 ‘안도의 한숨’을 선물한 것이 바로 이번 계약이다.
팬들은 알고 있다. KIA가 현재 모든 퍼즐을 완성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가장 큰 조각 하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것을.네일 역시 이런 마음을 아는지 “광주에서 다시 한 번 우승을 노리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KIA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많은 숙제와 마주해야 한다. 여전히 험난한 겨울이 남아 있지만, 최소한 중심축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은 더 큰 혼란을 막아줄 것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