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집토끼 최형우와 양현종에게 총력전
조상우는 상대적으로 후순위
이영하 52억원에 FA 대박... 하지만 조상우는 오리무중
A등급 족쇄에 후반기 부진 더해 몸값 경쟁력 부족
KIA, 우완 이태양, 홍민규 영입으로 불펜 보강... 황동하도 가세
조상우의 필요성 상대적으로 떨어져
KIA 타이거즈 조상우가 지난 2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2025 신한 쏠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등판한 뒤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KIA 타이거즈 제공
[파이낸셜뉴스] 인천공항 귀국 현장에서 만난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의 메시지는 조심스러웠지만, 명확했다.
이 감독은 조상우에 대해 "내가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는 잡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선수와의 협상은 프런트의 권한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이 감독은 "비록 후반기 좋지 않았지만, 경험이 풍부하고, 위기 상황을 막아낼 수 있는 검증된 자원"이라는 부분을 강조했다.
감독 입장에서 투수는 다다익선이다. 한 명이라도 더 많으면 시즌을 운영하는데 당연히 수월하다.
하지만 현장의 '바람'과 구단이 마주한 '현실' 사이에는 차가운 괴리가 존재한다. 냉정하게 분석했을 때, 현재 KIA 타이거즈의 상황은 조상우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두산 베어스는 27일 자유계약선수(FA) 투수 이영하와 4년 최대 52억원(계약금 23억원·연봉 총액 23억원·인센티브 6억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두산베어스 제공
시장의 기준점은 이미 세워졌다. 두산 베어스에 잔류한 이영하가 총액 52억 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맺었다. 이는 조상우에게도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된다.
데이터만 놓고 보면 조상우도 할 말이 있다. 이영하는 올 시즌 66.2이닝을 던지며 14홀드,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했다. 반면 조상우는 60이닝을 소화하며 6승 6패 28홀드, 평균자책점 3.90을 마크했다. 홀드 개수는 두 배에 달하고, 평균자책점은 오히려 더 낮다. 통산 성적과 경험치를 더하면 조상우가 이영하보다 낮은 평가를 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 당연히 조상우 측의 눈높이는 52억 원, 그 이상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시장의 반응과 타이밍이다.
이영하의 계약이 조상우에게 호재가 되어야 하지만, 정작 KIA 구단은 그만한 금액을 조상우에게 베팅할 여력이 부족하다. 아니 그정도를 배팅 할 이유 자체가 없다.
KIA의 이번 스토브리그 최우선 순위는 명백히 '집토끼 단속'이다. 그중에서도 팀의 상징인 최형우와 양현종이 0순위다.
그런데 상황이 심상치 않다. 최형우를 향한 삼성의 파상 공세가 예상보다 거세다. 그리고 KIA가 제시할 수 있는 금액은 최형우의 눈 높이를 맞춰주지 못하고 있다. 자칫하면 놓친다는 위기감이 야구계 전체에 파다하게 퍼져있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뉴스1
여기에 올 시즌 8위라는 초라한 성적표와 모기업의 재정 상황은 구단의 운신의 폭을 더욱 좁히고 있다. 한정된 예산(샐러리캡) 안에서 최형우와 양현종을 모두 만족시키기에도 벅찬 것이 KIA의 현주소다.
두 거물을 잡는 데 '올인'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펜 투수인 조상우에게 대형 계약을 안겨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설상가상으로 혹시 최형우를 놓친다면? KIA는 그때부터 강제적인 '리빌딩' 버튼을 눌러야 한다. 리빌딩 팀이 선발도 아닌 고액 FA 불펜 투수를 잡을 이유는 더더욱 없다.
외부 시장을 노리기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조상우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족쇄는 바로 'A등급'이라는 꼬리표다.
그를 영입하는 팀은 보호선수 20인 외 보상선수 1명과 보상금을 KIA에 내줘야 한다. 올 시즌 28홀드를 기록하긴 했지만, 여름 승부처에서 잦은 블론세이브를 범하며 체력적 한계를 노출한 투수에게 유망주 출혈까지 감수하며 거액을 투자할 팀을 찾기는 쉽지 않다.
두산에서 KIA로 이적하게 된 홍민규.두산베어스 제공
KIA 내부적으로도 조상우의 필요성은 시즌 초보다 많이 반감됐다. 이미 대안들을 마련해뒀기 때문이다. 일단 2차 드래프트 1R에서 이태양을 지명했다.
여기에 보상선수로 올 시즌 1군에서 33이닝을 던진 홍민규를 지명했고, 트레이드를 통해 한재승과 김시훈을 영입하며 우완 불펜 뎁스를 채웠다. 여기에 부상에서 회복한 황동하까지 가세했다. 여기에 신인 김태형, 이호민 등도 내년 팀에 힘을 보탤 선수들이다.
전상현이나 정해영도 건재하기 때문에 "조상우가 없으면 불펜이 무너진다"는 논리는 현 상황에서 전혀 설득력이 없다.
차라리 그 돈을 양현종과 최형우 잔류에 쏟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구단도, 팬들도 알고 있다.
조상우는 A등급이다. 보상선수와 보상금이 그에게는 큰 족쇄가 되고 있다.연합뉴스
결국 조상우에게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경쟁'이다.
원소속팀 KIA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 상황에서, 외부 구단의 오퍼가 있어야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시장의 분위기는 너무나 조용하다.
KIA의 지갑 사정과 팀 내 우선순위, 그리고 'A등급'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이 너무 높다.
당연히 선수 입장에서는 좋은 대우를 원하지만, 팀은 그럴 여유가 없고, 떠나자니 보상 규정이 발목을 잡는다.
최형우와 양현종의 계약 소식이 들려오기 전까지, 조상우에게 이번 스토브리그는 춥고 긴 겨울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