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감독 "좋은 투수. 올러만한 구위 찾기 힘들어"
"부상이 너무 치명타...한 시즌 풀로 뛰어주는 외국인 선수가 중요"
올러, 일단 보류 명단 포함... KIA의 마지노선
올러보다 좋은 선수를 과연 찾을 수 있을까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선발투수 올러가 1회에 투구하고 있다.뉴스1
[파이낸셜뉴스] KIA 타이거즈의 스토브리그도 이제 본격적으로 막을 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외국인 투수 아담 올러가 있다. 재계약인가, 아니면 새로운 얼굴인가. KIA 프런트의 계산기가 바쁘게 돌아가는 시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장고(長考)'다. 분명 매력적인 카드지만, 선뜻 확신을 갖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남는다.
이범호 감독의 인터뷰에서 그 고민의 깊이를 읽을 수 있다. 이 감독은 올러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구위도 좋고 능력도 있다. 스피드도 갖췄다. 하지만 시즌 중간 40일 정도를 쉬었던 부분이 가장 신경 쓰인다. 외국인 투수는 '풀 시즌'을 소화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라고 이 감독은 말했다.
이 감독의 발언은 정확히 핵심을 찌르고 있다. 올러는 '양날의 검'이다.
긍정적인 요소는 분명하다. 150km/h를 상회하는 빠른 공과 KBO 리그에 적응한 모습, 그리고 성실한 워크에식이다. 올 시즌 전반기 올러는 8승 3패 평균자책점 3.03을 기록하며 제임스 네일과 함께 KIA 마운드의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아니 오히려 네일보다 안정감은 더 있었다. 이만한 구위를 가진 10승 투수를 시장에서 즉시 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올러 본인 역시 한국행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어 협상의 주도권도 쥐고 있다. 이른바 최악을 면할 수 있는 든든한 '마지노선'이자 '보험'으로서는 합격점이다.
하지만 '우승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대입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문제는 '내구성'과 '압도적임'의 부재다. 이 감독이 언급한 '40일의 공백'은 KIA에게 뼈아픈 기억이다. 올러가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팀은 연패의 늪에 빠지며 치명상을 입었다. 후반기 성적은 10경기 3승 4패. 이닝 소화력도 10경기 54이닝에 그쳤다. 부상 이후 돌아온 올러는 국내 선발과 비교해도 크게 나을 것이 없었다.
외국인 에이스라면 6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불펜의 과부하를 막아줘야 하지만, 후반기 올러는 그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했다. 26경기서 11승7패, ERA 3.62(149이닝 60자책점)의 토탈 성적도 뭔가 애매하다.
올러는 거기에 최근 ABS 시대에 유행하는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위압적인 스타일도 아니다. 꾸준한 선수이기는 하지만 큰 경기, 혹은 상대 1선발과의 맞대결에서 확실하게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서의 면모는 부족하다는 것이 현장의 냉정한 평가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뉴스1
내년 시즌 KIA의 팀 사정을 고려하면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2026 시즌 KIA는 거대한 변화의 파도 앞에 서 있다. 박찬호와 최형우, 투타의 핵심 두 명이 전력에서 이탈한다. 타선의 무게감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의미다. 타격이 약해진 만큼 마운드, 특히 외국인 투수의 비중은 절대적이 된다. 외국인 투수마저도 강력하지 못하다면 내년 KIA의 성적은 정말 암울해진다.
KIA가 반등하기 위한 공식은 간단하다. 제임스 네일을 포함한 외국인 3인방의 맹활약, 그리고 김도영의 폭발이다. 이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시즌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모험의 시즌'을 앞둔 KIA에게 외국인 투수 자리는 단순한 선발 한 자리가 아닌, 시즌의 성패를 가를 '키(Key)'다.선택의 난이도가 높은것도 이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시장 상황이다. 올러보다 확실하게 뛰어난, 소위 '슈퍼 에이스'급 자원을 찾을 수 있느냐가 문제다. 찾을 수 있다면 과감한 교체가 정답이다. 하지만 불확실한 자원뿐이라면 올러라는 '상수'를 안고 가는 것이 현실적인 차선책이 될 것이다.
올해 롯데가 데이비슨을 벨라스케즈로 교체하며 큰 고충을 겪은 것과 이것도 다르지 않은 매한가지 고민이기 때문이다.
일단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계속 경기에 나가줄 수 있는 선수가 첫 번째다."이범호 감독의 이 한마디에 KIA의 방향성이 담겨 있다. 화려한 '한 방'보다는 꾸준한 '개근'이 절실하다.
일단 디폴트 구상은 올러와 함께 가는 것이다. 하지만 변수는 많다.
과연 KIA는 올러라는 안전한 징검다리를 건널 것인가, 아니면 더 강력한 무기를 찾아 모험을 떠날 것인가.
KIA의 선택에 2026 시즌의 운명이 걸려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