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은이 내년부터 LPGA 무대를 누비게 된다. 이동은은 Q시리즈 파이널 최종전에서 공동 7위를 기록하며 풀시드를 획득했다. KLPGA 제공
미국 앨라배마의 필드 위에서 펼쳐진 ‘지옥의 레이스’가 끝났다. 결과는 냉정했고,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자와 새로운 무대를 정복한 자가 환호한 반면, 국내 무대를 호령하던 거포는 쓰라린 좌절을 맛봤다.
10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2026시즌 LPGA 퀄리파잉(Q) 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의 주인공은 주수빈과 이동은이었다.
가장 극적인 드라마를 쓴 건 주수빈이다. 올 시즌 LPGA투어 CME 포인트 102위에 그치며 시드 상실 위기에 몰렸던 그는 Q시리즈라는 험난한 시험대에서 보란듯이 부활했다. 매그놀리아 그로브 크로싱스코스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에서만 6타를 줄이는 집중력을 발휘, 최종 합계 12언더파 274타 단독 2위로 당당히 ‘수석급’ 생존 신고를 마쳤다.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난 정신력의 승리였다.
‘K-장타 퀸’ 이동은의 미국 연착륙도 인상적이다. 올 시즌 KLPGA투어 비거리 1위(261.1야드)에 오른 이동은은 자신의 장기가 미국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장효준과 나란히 10언더파 276타, 공동 7위를 기록하며 내년 시즌 LPGA투어 시드를 거머쥐었다. 한국여자오픈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킴과 동시에, 내년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방신실은 이번 대회 악천후로 초반 부진을 만회할 기회를 잃었다. 풀시드에 딱 3타가 부족해 시드권 획득에 실패했다. KLPGA 제공
반면, 이번 대회 최대의 이변은 방신실의 탈락이다. 방신실은 이동은 이상의 장타자다. 거기에 올 시즌은 숏 게임까지 향상됐다. 기량이 절정에 올라 수석합격까지 노려볼만하다는 이야기도 솔솔 나왔다. 올 시즌 KLPGA투어 3승을 거두며 공동 다승왕에 올라 큰 기대를 모았지만, 미국 무대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방신실은 최종 합계 2언더파 284타로 공동 35위에 그쳤다. 내년 시즌 정규 투어 출전권이 주어지는 커트라인은 상위 25위(동타 포함 31명)까지였다. 방신실은 커트라인에 불과 3타가 모자랐다.
악천후로 인해 대회가 5라운드에서 4라운드로 축소된 점이 뼈아팠다.
초반 부진을 만회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결국 시드를 얻지 못했다. LPGA 신인왕 출신 이정은6 역시 공동 45위로 체면을 구겼다. 이번 대회 공동 24위 미만 선수들은 순위에 따라 2026시즌 LPGA 2부 투어인 엡손 투어에서 뛸 자격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