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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잊지 말아줘" 토트넘 역사상 가장 화려한 이별....돌아온 손흥민이 마이크 잡자 6만 관중 ‘기립’

입력 2025.12.10 09:47수정 2025.12.10 09:49
손흥민, 토트넘 팬들과 진짜 마지막 인사
"여러분들이 절 잊지 않길 바랐습니다"
"토트넘은 집과 같은 곳... 언제나 토트넘의 일원이고파"
"날 잊지 말아줘" 토트넘 역사상 가장 화려한 이별....돌아온 손흥민이 마이크 잡자 6만 관중 ‘기립’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 FC의 손흥민이 9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6차전 토트넘 홋스퍼와 슬라비아 프라하(체코)의 경기에 앞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런던의 차가운 밤공기도 ‘캡틴’을 향한 그리움을 식히진 못했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토트넘의 최전방을 지켰던 전설이 비로소 홈 팬들 앞에서 제대로 된 마침표를 찍었다.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2025-2026 UEFA 챔피언스리그(UCL) 슬라비아 프라하전을 앞두고 경기장에는 묘한 긴장감 대신 설렘이 감돌았다. 지난 8월, 갑작스런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 이적으로 작별 인사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했던 손흥민(33·LAFC)의 귀환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런던으로 돌아가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겠다”던 약속은 4개월 만에 지켜졌다. MLS 시즌을 마치고 런던을 찾은 손흥민이 회색 롱코트에 검은색 목도리를 두르고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다. 팬들의 손에는 ‘Welcome Back Home Sonny’가 적힌 팻말이 들려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손흥민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쏘니가 여기 왔습니다”라는 첫 마디에 경기장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날 잊지 말아줘" 토트넘 역사상 가장 화려한 이별....돌아온 손흥민이 마이크 잡자 6만 관중 ‘기립’
손흥민의 사진을 들어 올리며 환영하는 토트넘 팬들.연합뉴스

손흥민은 “여러분들이 저를 잊지 않기를 바랐다. 정말 놀라운 10년이었다”라며 “토트넘은 언제나 저에게 집과 같은 존재다. 저는 언제나 토트넘의 일원이 되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과도한 눈물 대신, 담담하지만 진심이 꾹꾹 눌러 담긴 ‘손흥민다운’ 작별 인사였다.

토트넘 구단 역시 레전드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갖췄다. 구단은 이날 행사에 앞서 토트넘 하이로드 건물 벽에 손흥민의 시그니처인 ‘찰칵 세리머니’와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담은 대형 벽화를 공개했다.

2015년 입단 이후 공식전 454경기 173골(구단 역대 5위), 2021-2022시즌 EPL 득점왕, 그리고 2024-2025 유로파리그 우승 견인까지. 벽화는 그가 토트넘에 남긴 유산이 얼마나 거대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날 잊지 말아줘" 토트넘 역사상 가장 화려한 이별....돌아온 손흥민이 마이크 잡자 6만 관중 ‘기립’
토트넘 하이로드 건물 벽에 마련된 손흥민 벽화.연합뉴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토트넘의 또 다른 레전드 레들리 킹이 등장해 구단의 상징인 수탉 트로피를 손흥민에게 전달하는 순간이었다.

과거의 레전드가 현재의 레전드를 배웅하는 장면에서 손흥민은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으나,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고 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영웅’의 기운을 받은 덕분일까. 토트넘은 이날 경기에서 슬라비아 프라하를 상대로 3-0 완승을 거뒀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여운은 길었다. 비록 유니폼은 벗었지만, 손흥민과 토트넘이 함께 써 내려간 10년의 서사는 런던의 밤하늘 아래 아름답게 봉인되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