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영입 '0'... 외국인 선수에 사활
157㎞ 강속구 로드리게스… NPB에서도 통했던 디셉션 에이스
158㎞ 파워피처 비슬리 합류… 한신에서 증명된 선발 경쟁력
140만달러에 레이예스… 2년 연속 최다 안타왕+골든글러브
박준혁 단장 "외국인 원투펀치로 포스트시즌 도전”
한신에서 가네무라 사토루 코치 영입해 투수 육성 박차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 11일 외국인 투수 엘빈 로드리게스(왼쪽)와 제레미 비슬리를 각각 총액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원)에 영입했다. 롯데자이언츠 제공
[파이낸셜뉴스] 올해 스토브리그는 유독 뜨거웠다. 박찬호, 강백호 등 대형 FA 계약이 잇따라 터지고 최형우, 김현수 등 충격적인 전력 보강 소식이 연일 야구 팬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그러나 이 뜨거운 열기 속에서 유독 조용한 곳이 있었다. 바로 사직구장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이번 겨울은 차분하다 못해 정적마저 감돈다. FA 시장 참전은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팬들 사이에서는 “올해도 빈손이냐”는 자조섞인 탄식이 터져나왔다.
롯데 새 외국인 투수 제레미 비슬리. 롯데 자이언츠 제공
하지만 침묵하던 롯데가 팬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내놓았다. 외부 영입 없이 내부 육성과 외국인 선수라는 확실한 두 축으로 2026시즌 승부수를 던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롯데는 최근 외국인 투수 구성을 완료했다. 엘빈 로드리게스와 제레미 비슬리, 그리고 아시아쿼터 쿄야마 마사야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최고 150㎞ 중후반대를 넘나드는 강력한 직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시아 야구, 특히 일본 무대에서의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엘빈 로드리게스(총액 100만달러)는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한 투수다. 최고 157㎞의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 일본 무대에서 검증된 제구력(NPB 평균자책점 2.77)은 KBO리그 연착륙 가능성을 높인다.
제레미 비슬리(총액 100만달러) 역시 최고 158㎞의 강속구를 무기로 일본 한신 타이거스에서 선발 경험을 쌓았다. 횡적인 움직임이 뛰어난 슬라이더와 땅볼 유도 능력은 사직구장에 최적화된 무기가 될 전망이다.
아시아쿼터로 합류한 쿄야마 마사야(15만달러)는 ‘가성비’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카드다. 최고 155㎞의 직구와 낙차 큰 스플리터를 주무기로 하는 그는 일본프로야구 9시즌 경력을 자랑한다.
롯데 새 외국인 투수 엘빈 로드리게스. 롯데자이언츠 제공
롯데가 기대하는 시나리오는 명확하다. 이들 외국인 3인방이 2025시즌 한화 이글스의 라이언 와이스나 코디 폰세처럼 확실하게 마운드의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다. 롯데는 비록 장타가 많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안타를 쳐줄 선수는 많다. 관건은 마운드다.
FA시장의 광풍 속에서 거액을 투자하는 대신, 합리적인 비용으로 최상의 효율을 뽑아내겠다는 ‘저비용 고효율 전략’이다. 2년 연속 최다안타왕에 빛나는 빅터 레이예스와의 재계약(140만달러)은 이런 전략의 '화룡점정'이다.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 12일 우완 교야마 마사야를 새 시즌 아시아쿼터 선수로 영입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 12일 한신 타이거스 출신 가네무라 사토루 코치를 영입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의 또 다른 승부수는 ‘육성’이다. 이를 위해 한신 타이거스 출신의 가네무라 사토루 코치를 투수 총괄 코디네이터로 영입했다. 2025시즌 한신의 센트럴리그 우승에 기여하며 투수 조련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강석천 수석코치 등 베테랑 지도자들의 합류 역시 육성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포석이다.
FA시장의 과열은 때로 ‘승자의 저주’를 부르기도 한다. 무리한 투자가 팀의 재정적 유연성을 해치고, 유망주 유출이라는 부작용을 낳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런 면에서 롯데의 ‘무(無)영입’ 행보는 성공한다면 가장 실리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위험 요소는 있다. 외국인 투수들이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거나,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정체된다면 롯데의 2026시즌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야구’는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롯데가 단순히 지갑을 닫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확실한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150㎞ 강속구를 뿌리는 외국인 트리오와 일본 우승팀의 육성 노하우. 롯데가 준비한 이 비장의 카드가 FA 광풍이 휩쓸고 간 KBO리그 판도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지켜볼 일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