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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FA 3수? 이보다 완벽한 재수의 조건은 없다" 김하성, 59억 + 유격수 자리 보장받고 쇼케이스 연다

입력 2025.12.16 17:12수정 2025.12.16 17:25
김하성, 59억 더 받고 애틀란타와 재계약
단년 기준 팀내 연봉 3위의 거액
주전 유격수 보장받고 FA 대박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팀
성공은 아니지만,실패도 아니었던 FA 시도
"최악의 FA 3수? 이보다 완벽한 재수의 조건은 없다" 김하성, 59억 + 유격수 자리 보장받고 쇼케이스 연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김하성이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 3회 말 득점한 후 더그아웃에서 환영받고 있다. 김하성은 볼넷으로 진루했었다.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김하성(30)이 다시 한번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유니폼을 입는다. 1년 총액 2천만 달러(약 294억 원).

표면적인 결과만 놓고 보면 누군가는 '절반의 실패' 혹은 'FA 3수'라고 폄하할지도 모른다. 시장이 기대했던 1억 달러 이상의 장기 계약(Long-term deal)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약의 내막과 김하성이 처한 환경을 냉정하게 뜯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계약은 완전한 실패가 아니다. 적어도 절반의 성공 정도는 치부할 수 있다.

우선 '돈'의 논리부터 따져보자. 김하성은 보장된 길을 스스로 거부했다. 그는 기존 계약에 포함된 2026시즌 연봉 1,600만 달러의 선수 옵션을 과감히 포기하고 시장에 나왔다. 결과는? 400만 달러(약 59억 원) 인상이다.

단순한 연봉 인상이 아니다. 2천만 달러는 애틀랜타 팀 내 연봉 순위 3위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냉정하다. 확신이 없는 선수에게 3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그것도 단년 계약으로 태우지 않는다.

이는 애틀랜타가 김하성의 현재 기량과 건강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김하성은 이번 FA 시장 탐색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400만 달러 더 끌어올렸고, 동시에 FA 재수라는 기회비용까지 보상받았다.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최악의 FA 3수? 이보다 완벽한 재수의 조건은 없다" 김하성, 59억 + 유격수 자리 보장받고 쇼케이스 연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김하성이 2일(현지 시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에서 열리는 2025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뉴시스

금액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직'이다. 이번 계약의 핵심은 애틀랜타가 김하성을 '주전 유격수'로 낙점했다는 데 있다.

샌디에이고 시절 김하성은 훌륭했다. 골드글러브를 수상할 만큼 수비력은 정점이었다. 하지만 그는 늘 '메뚜기' 신세였다. 팀 사정에 따라 2루, 3루, 유격수를 오가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였다. 가치는 인정받았을지언정, 확실한 '내 자리'에 대한 갈증은 늘 존재했다.

애틀랜타는 다르다. 그들은 지금 주전 유격수에 목말라 있다. 김하성이 지난 시즌 막판 애틀랜타 합류 직후 초반 15경기에서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며 보여준 퍼포먼스는 구단 수뇌부의 뇌리에 강렬하게 박혔다. 떠나겠다는 김하성을 다시 잡는 선택을 한 배경이다.

김하성에게 이번 1년은 단순한 계약 연장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입성 후 처음으로, 자신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팀에서 '풀타임 유격수'로서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독무대가 마련된 것이다.

"최악의 FA 3수? 이보다 완벽한 재수의 조건은 없다" 김하성, 59억 + 유격수 자리 보장받고 쇼케이스 연다
연합뉴스

내년이면 김하성은 만 30세가 된다. 야구 선수로서 전성기를 구가할 나이이자, 대형 계약을 노릴 수 있는 마지막 시기다.

어차피 승부를 보려고 생각한다면, 1+1이나 2+1 등의 어설픈 다년 계약으로 발이 묶이는 것보다, 확실한 주전 유격수 자리가 보장된 팀에서 1년간 '건강'과 '실력'을 증명하는 편이 훨씬 낫다.

애틀랜타에서의 1년은 김하성에게 있어 가장 안전한 보험이자, 1년 뒤 시장 가치를 폭발시킬 수 있는 최고의 쇼케이스 현장이다.

시장의 평가를 확인했고, 더 나은 조건을 얻어냈으며, 자신이 원하는 포지션까지 보장받았다. 이보다 더 완벽한 '재수' 조건은 없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하성은 2천만 달러라는 거액의 입장료를 받고 쇼케이스 무대에 오른다. 남은 것은 그가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뿐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