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 휩쓸고 간 12월, 21명 중 12명만 계약 완료
지갑 닫은 큰손들… 양현종 이후 끊긴 계약 소식
A등급 조상우, 발목 잡는 '등급제 보상' 족쇄
B등급 김범수, 노시환 장기계약 추진 영향 받을 듯
C등급' 강민호, 삼성 잔류 유력하나 속도는 '글쎄'
종무식 앞둔 구단 프런트, 협상 장기화 불가피
한화 이글스 좌완 투수 김범수.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뜨겁게 타오르던 스토브리그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개장 직후 대어급 선수들의 연쇄 이동으로 ‘머니 게임’이 펼쳐졌던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12월 중순을 기점으로 차갑게 식었다. 구단들이 발 빠르게 지갑을 닫으면서 남은 미계약자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17일 야구계에 따르면 2025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행사한 21명 중 현재까지 계약을 마친 선수는 총 12명이다. 시장의 ‘빅3’로 꼽히던 박찬호(두산), 강백호(한화), 박해민(LG)의 거취가 빠르게 결정됐고, 베테랑 김현수(KT)와 최형우(삼성)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특히 지난 4일 양현종이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 잔류(2+1년 45억원)를 확정한 이후, 10일이 훌쩍 넘도록 추가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현재 시장에 남은 미계약자는 총 9명이다. 이들 중 시장의 눈길을 끄는 핵심 자원은 조상우(KIA·A등급), 김범수(한화·B등급), 강민호(삼성·C등급)로 좁혀진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조상우가 8회초에 투구하고 있다. 뉴스1
가장 큰 관심을 받는 투수는 단연 조상우다. 한때 155㎞를 넘나드는 리그 최정상급 구위를 갖춘 불펜 자원이었지만, 올 시즌 만족스럽지 못한 구위와 성적을 거두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A등급이라는 족쇄가 협상의 걸림돌이다. 조상우를 영입하는 타 구단은 원소속팀에 직전 연봉의 200%와 보호선수 20인 외 1명, 혹은 연봉의 300%를 보상해야 한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필요한 구단엔 매력적인 카드지만, 출혈을 감수하며 지갑을 열 구단이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KIA는 여전히 "조상우가 필요하다"는 스탠스와 함께 "조건을 제안했다"고 밝혔지만 조상우의 눈 높이에는 많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좌완 파이어볼러 김범수의 행보도 주목된다. 그나마 현재 남아있는 선수들 중 가장 이적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B등급이라 보상 허들이 낮고 좌완 투수라는 이점때문이다. 올 시즌 성적도 좋았다. 다만 희소성 있는 왼손 강속구 투수라는 장점과 기복이 있다는 단점이 공존한다.
B등급은 보호선수 25인 외 1명 보상선수 규정이 적용된다. 불펜 보강이 절실한 팀들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으나, 원소속팀 한화와의 줄다리기가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한화가 노시환과의 장기계약도 시도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2025 신한 SOL뱅크 KBO 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9회초 2사 1루 상황 삼성 강민호가 홈런을 치고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야수 쪽에서는 강민호의 계약 시점에 이목이 쏠린다. 포수라는 포지션의 특수성과 여전한 기량을 고려할 때 삼성 잔류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C등급이라 보상 선수 출혈도 없다. 다만 선수와 구단 간 세부 조건 조율이 관건이다. 우승을 위해서는 강민호가 필요하다는 것을 삼성도 안다. 잔류에 대한 어느 정도의 공감대는 형성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이종열 단장은 강민호와 차분하게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기조다.
시장의 흐름은 분명 구단 우위로 돌아섰다. 두산(186억원), KT(108억원), 한화(강백호 영입 100억원) 등 큰 손들이 이미 쇼핑을 마쳤다. 각 구단 프런트가 12월 말 종무식을 기점으로 업무를 마감하는 것을 고려하면 물리적인 협상 시간도 부족하다.
만족스러운 조건을 원하는 선수와 냉정한 시장 평가를 내세운 구단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남은 계약들은 해를 넘겨 1월 스프링캠프 직전까지 이어지는 장기전이 될 공산도 있다. 칼자루를 쥔 것은 분명히 구단이다. ‘대박’의 꿈은 희미해지고 ‘실리’를 챙겨야 하는 현실적인 고민이 남은 9명의 겨울을 더욱 춥게 만들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