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감독 "한준수 더 독해져야해"
"강민호, 양의지도 20대에 주전포수로 팀 이끌어"
"투수에게 밀려 원하지 않는 공 배합하는 것은 직무 유기"
2024년 화려한 비상에서 2025년 아쉬운 성적
새 신랑된 한준수, 2026년 KIA 하위타선의 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9회 8피안타 1실점 완투승을 거두고 포수 한준수와 포옹하고 있다.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KIA 타이거즈에게 2023년은 '악몽'이었다. 박동원을 떠나보낸 대가는 혹독했다.
주효상을 지명권까지 얹어 데려오고 한승택, 신범수 등을 돌려가며 안방 사수를 외쳤지만,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여기에 외부적인 안 좋은 사건들까지 겹쳤다.
이 흐름을 단번에 바꾼 것은 심재학 단장의 '신의 한 수' 김태군 트레이드였다. 류지혁이라는 뼈아픈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단행한 김태군 트레이드. 이는 KIA를 우승으로 이끈 결정적 승부수가 됐다.
김태군은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353(17타수 6안타)에 7타점, 그리고 원태인을 무너뜨리는 그랜드슬램까지 쏘아 올리며 '우승 포수'의 자격을 증명했다. 공수주에서 맹활약한 김태군의 존재감 덕분에 KIA는 비로소 '포수 걱정 없는 팀'이 됐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3회초 2사 만루 KIA 김태군이 만루 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냉정하게 시계를 보자. 김태군은 만 35세다. 당장 2~3년은 건재하겠지만, 시간은 KIA의 편이 아니다. 다시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안에 '포스트 김태군'이 등장해야 한다. 그 막중한 임무를 짊어진 주인공, 바로 1차 지명 유망주 한준수다.
한준수의 야구는 롤러코스터였다. 2024년, 그는 타율 3할을 기록하며 마침내 잠재력을 터뜨리는 듯했다. 공격형 포수로서의 재능이 만개하며 '차기 안방마님' 0순위로 꼽혔다. 그러나 2025년, 그는 거짓말처럼 추락했다. 타율 0.225에 7홈런. 수비 불안까지 겹치며 이범호 감독의 따끔한 질책에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까지 노출했다. "이제 됐다" 싶었던 순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오키나와에서 인천공항으로 귀국 중인 이범호 감독.사진=전상일 기자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 돌아오는 귀국 현장에서 만난 이범호 감독의 시선은 확고했다. 그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이름은 다름 아닌 '한준수'였다. 칭찬보다는 쓴소리, 위로보다는 강한 채찍질이 이어졌다.
이 감독은 인터뷰에서 "준수는 20대 중반의 매우 중요한 선수다. 공격 성향이 강하지만, 포수의 본분은 타격이 아니라 투수에게 점수를 주지 않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이번 캠프에 준수를 데려간 것도 그런 이유다. 1군 주전 포수가 공을 잡아주는 것과 불펜 포수가 잡는 것은 투수들이 느끼는 안정감이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한준수가 7회말 2사 1루에서 투런홈런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범호 감독의 주문은 명확했다. 단순히 착하기만 한 포수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어린 나이에 주전 포수를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포수들을 봐라. 양의지도, 강민호도 20대 중반부터 주전을 꿰찼다. 그들도 혼나고, 깨지고, 기쁨과 슬픔을 겪으며 그 자리에 올랐다."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한준수에게 기술보다 '멘탈'을 강조했다. 투수가 선배라고 해서, 혹은 투수의 고집에 밀려 원하지 않는 공을 배합하는 것은 포수로서 '직무 유기'라는 것이다.
이 감독은 "포수는 여리면 안 된다. 네가 여리면 투수는 더 여려진다. 선배가 던지기 싫다고 해도, 네가 확신이 있다면 어떻게든 던지게 만들어야 한다. 홈런 맞고 나서 '투수가 던지고 싶어 해서요'라고 말하는 건 비겁한 변명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의 질책은 단순한 꾸지람이 아니다. 한준수가 강해져야 KIA의 마운드가 강해진다는 확신, 그리고 그럴 능력이 있다는 믿음에서 나온 '독한 애정'이다.
피치컴으로 구종 사인 내는 한준수.연합뉴스
KIA는 2026시즌 공격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 한준수의 타격 재능은 이미 검증됐다. 관건은 수비와 리더십이다.
그가 김태군과 대등하게 안방을 나눠 맡아준다면, KIA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쓸 수 있다. 하위 타선의 뇌관이자, 안방의 사령관으로서 한준수의 성장은 필수불가결하다.
야구는 포수 놀음이라 했다.
센터 라인의 핵심인 포수가 무너지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 박찬호의 FA 이슈 등으로 내야진의 변화가 예고된 시점, 안방의 중심을 잡아줄 한준수의 역할은 유격수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야구선수 한준수와 전직 치어리더 김이서의 웨딩 사진.뉴시스
최근 결혼을 하며 가장의 책임감까지 더해진 '새신랑' 한준수.
그는 과연 이범호 감독의 바람대로 눈물을 닦고 '독한 포수'로 거듭날 수 있을까. KIA의 진정한 세대교체는 한준수의 미트질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