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문, 3년 220억 초대박
2년 활약 만으로도 엄청난 대우 받아
이정후, 김혜성, 고우석 등 포스팅 신청 선수들도 기대 이상 대우
최근 8년 이내 미 직행 선수 중 MLB 밟은 선수 없어
심준석, 이찬솔 등 1R 후보들도 방출
정우주, 박준현 등은 MLB 오퍼받고도 국내 잔류
부산고 2학년 하현승.사진=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메이저리그(MLB) 직행이냐, KBO리그 잔류냐. 매년 반복되는 고교 특급 유망주들의 고민이 올해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2년간 KBO리그를 거쳐 미국으로 진출한 선수들의 연이은 '대박 계약'과 직행파 유망주들의 잇따른 '실패 사례'가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성사된 키움 송성문의 1300만 달러(약 192억 원) 계약은 고교 유망주들의 진로 결정에 결정적인 '스모킹 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올해 고교야구계에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자원들이 즐비하다. 부산고의 장신 좌완 파이어볼러 하현승, 덕수고의 엄준상, 그리고 서울고의 김지우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고 김지우 타격.사진=전상일 기자
이들은 150km/h를 상회하는 강속구와 뛰어난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미국 구단들의 신분 조회 요청을 받거나 지속적인 체크를 받아왔다. 예년 같으면 계약금 규모에 따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가능성아 높게 대두되는 자원들이다.
하지만 최근 현장의 기류는 다르다. 앞서 정우주(한화)와 박준현(키움)이 거액의 오퍼를 거절하고 KBO리그행을 택했던 흐름이 올해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솔솔 나오는 것도 그때문이다.
이러한 기류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직행파'들의 연이은 비보다. 2023년 전체 1순위 후보였던 심준석은 피츠버그 입단 후 부상에 신음하다 마이애미로 트레이드됐고, 결국 최근 방출 통보를 받았다. 1라운드 지명이 유력했던 이찬솔 역시 보스턴 레드삭스 입단 1년 만에 팀을 떠나야 했다.
덕수고에서 동계훈련하고 있는 엄준상.사진=전상일 기자
계약금으로 문동주를 넘어서며 화려하게 도미했던 장현석(LA 다저스) 또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아직 싱글A 레벨에 머무르며 빅리그 콜업 시점이 불투명한 상태다. 조원빈, 엄형찬 등도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 MLB 구단 관계자는 "마이너리그의 시스템은 냉정하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훈련 외 시간을 홀로 견뎌야 하는데, 한국처럼 구단이 선수를 애지중지 관리해 주는 시스템이 아니다"라며 "최근 한국 유망주들이 이 적응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반면 KBO리그를 거친 선수들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김하성(애틀랜타), 김혜성(LA 다저스)에 이어 최근 송성문의 계약은 유망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3년 연속으로 키움을 통해 포스팅을 신청한 선수들이 대박을 쳤다. 이정후는 그 해 외야수 최대어로 엄청난 금액을 받아냈다.
샌디에이고에 입단이 유력한 송성문.뉴스1
여기에 송성문은 냉정히 말해 2023년까지는 리그를 지배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2024년 타율 0.340, 2025년 181안타-26홈런을 기록하며 기량이 만개했고, 단 2시즌의 활약만으로 3년 1500만 달러라는 잭팟을 터뜨렸다.
KBO리그 관계자는 "고교 졸업 후 직행하여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는 것보다, 한국에서 기량을 완성해 포스팅으로 나가는 것이 확률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훨씬 이득이라는 계산이 나온다"라며 "송성문의 사례는 '슈퍼스타가 아니어도 KBO에서 확실한 성적을 내면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고 설명했다.
16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비 평가전 '2025 케이 베이스볼 시리즈(K-BASEBALL SERIES)' 일본과의 2차전 경기. 2회초 무사 1루 상황때 송구실책을 범한 대한민국 선발투수 정우주가 숨을 고르고 있다.뉴스1
실제로 지난 2년간 정우주, 박준현 등 초고교급 선수들이 미국 구단의 100만 달러 이상 오퍼를 거절하고 국내 잔류를 택했다. 정우주는 데뷔 첫해부터 160km/h를 뿌리며 국가대표급 투수로 성장, 향후 더 큰 규모의 포스팅을 예고하고 있다.
확률의 추는 이미 기울었다는 평가다. 미국 직행은 '성공 시 대박'이라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조차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오히려 KBO리그를 거친 김하성, 이정후 등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벌어들이며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의 모범 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현승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단 조건을 들어보고 좋은 조건이 온다면 고민해보겠다"라고 말했다.
김지우 또한 "궁극적인 꿈은 MLB다.
KBO를 경유하고 MLB로 가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직행이 좋을지 고민해보겠다"라고 말했다. 두 명 모두 해외진출에 대한 문을 열어놨다.
하현승, 엄준상, 김지우 등 올해 드래프트 최대어들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송성문의 거액 계약이 이들의 발길을 KBO리그로 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