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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야구단인가 수출기업인가… '거상' 키움, MLB 포스팅으로만 무려 770억 벌었다

입력 2025.12.22 13:13수정 2025.12.22 13:27
키움, 송성문 샌디에이고행으로 최소 44억~최대 78억 이적료 확보
강정호부터 송성문까지... MLB 포스팅으로만 5200만 미친 장사 수완
"선수 팔아서 연명" "샐러리캡 하안선도 못채워" 비난 여론도

이쯤되면 야구단인가 수출기업인가… '거상' 키움, MLB 포스팅으로만 무려 770억 벌었다
송성문이 MLB 샌디에이고로 향한다. 금액은 총 220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다시 한번 '거상(巨商)'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간판타자 송성문(29)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되면서, 키움은 또다시 두둑한 '돈 보따리'를 챙기게 됐다. 선수는 꿈의 무대를 밟고, 구단은 막대한 현금을 챙기는 이른바 '히어로즈식 윈-윈(Win-Win)' 모델의 완성이다.

AP통신 등 현지 언론은 22일(한국시간) 송성문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년 총액 1,500만 달러(약 222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 계약의 숨은 승자는 단연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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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의 키움 시절.연합뉴스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따르면, 보장 계약 금액이 2500만 달러 이하일 경우 이적료는 전체 액수의 20%로 산정된다. 이에 따라 키움은 송성문의 보장 계약액 1500만 달러의 20%인 300만 달러(약 44억 원)를 즉시 확보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계약 세부 조항에 따라 키움의 지갑은 더 두꺼워질 수 있다. 2030년 상호 옵션(연봉 700만 달러)이 발동될 경우 키움은 해당 연봉의 20%인 140만 달러를 추가로 받는다. 여기에 신인상, MVP 투표 순위 등에 따른 인센티브(최대 600만 달러)가 달성될 경우, 인센티브의 15%까지 추가 수익으로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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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시절 이정후.뉴스1

모든 옵션을 최대로 충족할 경우, 키움이 송성문 한 명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이적료 총액은 무려 530만 달러(약 78억 원)에 달한다.

이번 송성문의 이적으로 키움 히어로즈는 KBO리그 역사상 전무후무한 '이적료 수익' 기록을 세우게 됐다. 키움은 전신 넥센 시절 강정호(피츠버그)를 시작으로 박병호(미네소타), 김하성(샌디에이고),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김혜성(LA 다저스), 그리고 송성문까지 야수 6명을 모두 포스팅으로 미국에 보냈다.

이들을 통해 키움이 벌어들인(혹은 벌어들일) 이적료 누적 총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강정호(약 500만 달러), 박병호(1,285만 달러), 김하성(552만 달러), 이정후(최대 1882만 달러), 김혜성(최대 465만 달러)에 이번 송성문의 예상 수익까지 합산하면 약 5215만 달러(한화 약 770억 원)에 육박한다. 웬만한 중소기업의 연 매출을 선수 이적료로만 벌어들인 셈이다.

이쯤되면 야구단인가 수출기업인가… '거상' 키움, MLB 포스팅으로만 무려 770억 벌었다
키움 시절 김혜성.뉴스1

물론, 키움의 이러한 행보에 '빛'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짙은 '그림자'도 함께 드리워져 있다.

모기업의 지원 없이 운영되는 네이밍 스폰서 구단의 숙명이라고는 하나, 매년 주축 선수들을 해외로 떠나보내며 "결국 선수 장사로 구단을 연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팬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상당하다. 구단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선수단 전체 연봉 지급액은 KBO가 규정한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 하한선'조차 채우지 못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벌어들인 돈을 전력 보강에 쓰지 않는다"는 '짠물 경영'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이유다.

이쯤되면 야구단인가 수출기업인가… '거상' 키움, MLB 포스팅으로만 무려 770억 벌었다
송성문.뉴스1

하지만 자본 논리가 지배하는 프로 스포츠 시장에서 키움이 보여준 생존 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기업에 손을 벌리는 타 구단들과 달리, 자체적으로 선수를 육성해 메이저리그로 수출하고 그 수익으로 구단을 운영하는 '자생적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비록 '셀링 클럽'이라는 비아냥과 '선구자적 구단'이라는 찬사가 공존하지만, 송성문의 샌디에이고행은 키움 히어로즈가 KBO리그에서 살아남는 그들만의 방식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증명한 사례로 남게 됐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