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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제물? 착각은 자유다" 홍명보호에 켜진 적색경보... 'EPL 킬러' 포스터의 섬뜩한 한 방

입력 2025.12.23 11:06수정 2025.12.23 11:06
-남아공, AFCON서 앙골라 2-1 격파... 만만치 않은 전력 과시
'번리 주포' 라일 포스터 1골 1도움 맹활약, 홍명보호 수비진 경계령
"방심은 곧 죽음" 조별리그 1승 낙관론에 묵직한 경고장 날려
"1승 제물? 착각은 자유다" 홍명보호에 켜진 적색경보... 'EPL 킬러' 포스터의 섬뜩한 한 방
한국의 월드컵 상대인 남아공의 골잡이 포스터.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전쟁터에 나가기도 전에 승전보를 울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꿀 조'라며 미소 짓던 홍명보호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우리가 당연한 '1승 제물'로 여겼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은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23일(한국 시간) 모로코 마라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프리카 네이션스컵(AFCON) 조별리그 B조 1차전. 남아공은 앙골라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두며 포효했다. 단순한 승리가 아니다. 30년 만의 아프리카 정상 탈환을 노리는 그들의 발끝은 생각보다 훨씬 날카로웠고, 조직력은 단단했다.

FIFA 랭킹 61위.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때로는 진실을 가린다. 내년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에서 우리가 반드시 잡고 가야 할 상대로 지목된 남아공이지만, 이날 보여준 경기력은 "과연 우리가 쉽게 이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부호를 남기기에 충분했다.

4-2-3-1 포메이션을 들고나온 남아공은 실리적이고 효율적이었다. 베테랑 수문장 론웬 윌리엄스(마멜로디 선다운스)는 앙골라의 거센 초반 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내며 팀의 중심을 잡았다. 후방이 든든하니 전방이 살아났다. 전반 21분, 오스윈 아폴리스(올랜도 파이리츠)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터뜨린 선제골은 남아공 축구가 단순한 피지컬 위주가 아님을 증명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전반 35분 앙골라의 쇼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흔들렸다. 하지만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홍명보호가 가장 경계해야 할 '괴물'이 그 순간 깨어났다.

주인공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번리에서 활약 중인 라일 포스터다.

"1승 제물? 착각은 자유다" 홍명보호에 켜진 적색경보... 'EPL 킬러' 포스터의 섬뜩한 한 방
[마라케시=AP/뉴시스]한국의 월드컵 상대인 남아공. 2025.12.22. /사진=뉴시스

1-1로 팽팽하던 후반 34분, 포스터는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지체 없는 오른발 중거리포로 골문 구석을 찢어버렸다. 골키퍼가 손을 뻗었지만 소용없었다. 아폴리스의 선제골을 도운 데 이어 결승골까지 터뜨린 '원맨쇼'였다. 올 시즌 EPL 13경기에서 2골을 기록 중인 현역 프리미어리거의 클래스는 확실히 달랐다.

남아공은 이번 승리로 자신들의 발톱을 확실히 드러냈다. 2023년 데뷔해 20경기 5골을 기록 중인 신성 아폴리스의 패기, 그리고 A매치 9호 골을 신고하며 절정의 감각을 뽐낸 포스터의 결정력은 홍명보호 수비진에 엄청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축구공은 둥글고, 전쟁터에 절대 약자는 없다. "남아공 정도는 이기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북중미행 비행기에 오른다면, 그 결과는 참혹한 패배뿐일지도 모른다. 포스터의 그 묵직한 오른발 슛이 홍명보 감독에게 묻고 있다.

"정말 우리가 당신들의 제물입니까?"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