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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깃대 위 '빨간 큐브'의 정체... "이거 모르면 10타 손해 봅니다"

입력 2025.12.26 13:00수정 2025.12.26 14:13
골프장 깃대 위 '빨간 큐브'의 정체... "이거 모르면 10타 손해 봅니다"
보이스캐디 오토핀

[파이낸셜뉴스] 최근 골프장 그린 위 깃대(핀)에 매달린 묘한 물건을 본 적이 있는가? 바로 ‘빨간색 육면체 큐브’다. 단순한 장식품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작은 장치 하나가 주말 골퍼들의 스코어를 바꾸고 있다. 바로 보이스캐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오토핀(APL™)’ 기술이다.

기존의 GPS 골프워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핀이 어디에 꽂혀 있든 무조건 ‘그린 중앙’까지의 거리만 알려준다는 것. 앞핀이나 뒷핀일 경우 오차가 커서, 골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무거운 레이저 측정기를 또 꺼내야 했다.

이 불편함을 해결한 것이 바로 깃대에 달린 ‘빨간 큐브’다. 이 통신 장치는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뀌는 핀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보이스캐디 기기로 쏘아준다. 골퍼는 아무런 조작 없이 손목만 들면 ‘실제 핀까지의 정확한 거리’*를 알 수 있게 된 셈이다.

"편하다"는 입소문은 무서웠다. 보이스캐디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오토핀 서비스 누적 사용 수는 무려 500만 건을 돌파했다. 국내 골프 인구가 약 550만 명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필드에 나가는 골퍼 대부분이 이 기술의 혜택을 경험했다는 뜻이다.

현재 국내 골프장의 약 80%가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골퍼들 사이에서는 "오토핀 되는 골프장이 아니면 거리 계산이 불안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SL mini'의 돌풍 이 기술력은 하드웨어 혁신으로 이어졌다. 보이스캐디는 올해 오토핀 기술을 탑재한 레이저 거리측정기 ‘SL mini’를 내놓았다. "레이저로 찍는 맛도 포기 못 하겠다"는 골퍼들을 위해, 레이저 측정기에 오토핀 정보를 OLED 화면으로 띄워주는 하이브리드 제품이다.
골프 시장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올해만 1만 대 이상 팔려나가며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학용 보이스캐디 CTO는 "처음엔 다들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이제 오토핀은 한국 골프의 표준이 됐다"며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골퍼의 타수를 줄여주는 실질적인 기술"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빨간 큐브가 보인다면 안심하시라. 당신의 거리 측정은 그 어느 때보다 정확할 테니 말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