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션스컵에서 후반 45분간 10명 뛴 이집트에 쩔쩔
살라에게 결승골 헌납하며 탈락 위기
전력면에서 확실히 대한민국이 조금 더 낫다는 평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자 축구 대표팀 선수단.이집트에 0-1로 패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는 홍명보호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미지의 팀'으로 여겨지던 같은 조 상대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이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하며 자멸했다. 우리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상대임이 증명된 90분이었다.
남아공은 27일(한국시간) 모로코 아가디르에서 열린 2025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이집트에 0-1로 패했다. 단순한 1패가 아니다.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홍명보 감독이 미소 지을 포인트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전반 추가시간부터였다. 이집트 수비수 모하메드 하니가 퇴장당하며 남아공은 후반 45분 내내 11대 10으로 싸웠다. 객관적 전력에서 밀리더라도 수적 우위를 점하면 경기를 뒤집거나 최소한 동점을 만드는 것이 현대 축구의 상식이다.
하지만 남아공은 무기력했다. 후반 내내 일방적인 공세를 퍼부었지만, 이집트의 '두 줄 수비'를 뚫어낼 세밀함이 전혀 없었다. 후반 29분 무다우의 슈팅과 34분 모디바의 기회 모두 골키퍼 정면이거나 허공을 갈랐다.
이는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우리 대표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버티는 한국의 수비진은 10명이 뛴 이집트 수비진보다 못하지는 않다.
수적 우세 속에서도 득점 루트를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남아공의 공격력이라면, 김민재를 필두로 한 우리의 '수비진'을 뚫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선다.
결승골을 넣은 살라. 연합뉴스
수비 조직력에서도 허점이 보였다. 전반 45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를 막는 과정은 미숙했다.
쿨리소 무다우의 파울은 불필요했고 성급했다. 단 한 번의 위기 상황에서 침착함을 잃고 페널티킥을 헌납하는 장면은, 손흥민(LAFC), 이강인(PSG), 황희찬(울버햄튼) 등 공격진을 보유한 한국에는 최고의 먹잇감이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수비보다는 공격력에서 좀 더 강점이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살라의 노련한 파넨카킥에 속절없이 무너진 장면은 남아공 수비진이 스타 플레이어의 개인 기량과 심리전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한국도 키커로는 손흥민 나선다. 역시 그들에게 심리적인 압박은 똑같이 줄 수 있다.
이 경기를 지켜봤을 홍명보 감독과 코칭 스태프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보다 오히려 맑아졌을 것이다. 남아공은 점유율을 내주더라도 빠른 역습으로 뒷공간을 파고드는 팀에 약하고, 밀집 수비를 파해하는 창의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손흥민의 볼리비아전 프리킥 장면.뉴스1
우리가 잘하는 축구를 하면 된다. 손흥민과 이강인을 앞세운 빠른 좌우 전환과 침투 패스라면 남아공의 수비벽을 허무는 건 시간문제다. 반대로 그들의 공격은 김민재가 지휘하는 수비 라인에서 충분히 제어 가능하다.
이집트전 패배로 남아공은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렸다. 심리적으로 쫓기게 된 그들의 현 상황 역시 우리에겐 호재다.
"아프리카 팀은 까다롭다"는 막연한 공포심은 버려도 좋다. 오늘 밤, 10명의 이집트 선수들이 온몸으로 보여줬다.오히려 2026 북중미 월드컵, 대한민국의 첫 승전보를 울려줄 가장 확실한 '제물'임이 분명해졌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