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의 앤서니 렌던이 6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2024 MLB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 3루로 달리고 있다.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프로야구(MLB) 로스앤젤레스(LA)의 두 주인, 다저스와 에인절스의 2025년 연말 풍경은 '천국과 지옥' 그 자체였다.
한쪽은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월드시리즈 2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돈은 이렇게 쓰는 것"임을 증명했고, 다른 한쪽은 똑같이 돈을 쓰고도 구단 역사상 최악의 '악성 재고'를 처리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LA 에인절스와 앤서니 렌돈(35)의 질긴 악연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디애슬레틱 등 현지 매체들은 31일(한국시간) 에인절스가 렌돈의 남은 계약 기간을 조정해 그와 결별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2020시즌을 앞두고 7년 2억 4500만 달러(약 3400억 원)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은 지 6년 만이다. 서류상으로는 60일 부상자 명단(IL)에 남지만, 사실상 전력 외 통보이자 방출이다.
렌돈의 에인절스 생활은 '재앙'이라는 단어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워싱턴 내셔널스 시절 타율 3할, 34홈런을 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건실한 3루수'는 온데간데없었다. 계약 후 그는 햄스트링, 고관절, 손목 등 온몸이 종합병원이었고, 심지어 2025시즌에는 단 한 번도 타석에 들어서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태도였다. 팬들이 분통을 터뜨린 건 그의 부상이 아니라 "야구는 내게 1순위가 아니다. 그저 생계수단일 뿐"이라던 인터뷰였다. 연봉은 슈퍼스타급으로 받으면서, 팬 폭행과 동료와의 난투극 등 각종 구설수로 팀 분위기만 망쳤다. 결국 그는 대형 계약 후 단 한 번도 시즌 60경기 이상을 소화하지 못한 채 에인절스 역사에 가장 뼈아픈 오점을 남기고 사라지게 됐다.
오타니 쇼헤이.연합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연합뉴스
에인절스의 실패가 유독 비참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옆 동네 다저스의 행보 때문이다.
다저스 역시 돈을 물 쓰듯 썼다. 오타니 쇼헤이에게 7억 달러, 야마모토 요시노부에게 3억 달러가 넘는 돈을 안겼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오타니와 야마모토는 팀의 핵심 코어로서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다. 현지에서는 "이미 우승 트로피 두 개로 투자 원금은 일시불로 다 회수했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다저스의 투자는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확실한 성과를 보장하는 '보증 수표'였던 셈이다.
반면 에인절스는 어떤가. 렌돈이라는 '불량 채권'에 막대한 자금이 묶인 사이, 팀의 심장이었던 오타니 쇼헤이를 같은 지역 라이벌에게 뺏겼다. 오타니를 잡을 돈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렌돈에게 들어가는 매몰 비용과 그로 인한 팀 연봉 유동성 경직이 에인절스의 손발을 묶었다. 잘못된 장기 계약 하나가 팀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어떻게 갉아먹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프로 스포츠에서 '돈'은 죄가 없다. 문제는 그 돈을 보는 '안목'이다.
다저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게 투자해 제국을 건설했고, 에인절스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다 집안 기둥뿌리까지 뽑혔다.
에인절스는 렌돈의 남은 연봉을 3~5년에 걸쳐 나눠 주기로 하며 겨우 숨통을 틔웠다. 하지만 렌돈이 남긴 잿더미 위에서 다시 팀을 재건하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