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쉴 틈 없는 '1571m의 공포'... 적응 못하면 바로 짐 싼다 "호랑이 잡으러 굴로 간다"... 멕시코 안방에 깃발 꽂은 역발상 "단순한 감(感) 아니다"... 철저한 '생리학 데이터'가 가리킨 곳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숨 쉴 틈조차 없다." 홍명보호가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내린 결단은 '편안함'이 아닌 '극한의 생존'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베이스캠프 최종 후보지로 멕시코 과달라하라를 낙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0일 FIFA에 과달라하라 지역 시설 두 곳을 1, 2순위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수십여 곳의 후보지 중 홍 감독이 굳이 해발 1,571m의 고지대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그곳이 바로 16강 진출의 운명이 갈릴 '지옥의 승부처'이기 때문이다.
북중미월드컵 열리는 멕시코 아크론 스타디움.뉴시스
과달라하라는 평범한 도시가 아니다. 해발 1,500m가 넘는 고지대다. 평지에서 훈련하던 선수들이 적응 없이 이곳에서 전력 질주를 하면 심장이 터질 듯한 고통과 호흡 곤란을 겪게 된다. 말 그대로 '산소통'이 필요한 환경이다.
후반 20분이 넘어가면 다리가 납덩이처럼 무거워지는 '산소 기근' 현상이 찾아온다. "메시도 고지대 원정에서는 구토 증세를 보였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한국은 이곳에 위치한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조별리그 1, 2차전을 모두 치러야 한다. 피할 수 없는 전장이라면, 아예 그곳에 둥지를 틀고 내 집처럼 적응하겠다는 것이 홍명보 감독의 계산이다.
특히 2차전 상대가 '개최국' 멕시코라는 점이 이번 결정에 불을 지폈다. 멕시코 선수들에게 이 고지대는 안방이나 다름없다. 가뜩이나 열광적인 홈 관중의 응원 속에, 고지대 이점까지 안고 뛰는 멕시코를 상대하려면 우리 선수들의 심폐 지구력이 현지화되지 않고서는 승산이 없다는 냉철한 분석이 따랐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의 베이스캠프.뉴스1
실제로 대표팀 내외부 운동생리학 전문가들과 의무분과위원회는 "고지대 환경은 단기간에 극복할 수 없다. 반드시 일정 기간 이상의 사전 적응이 필수적"이라며 과달라하라행을 강력히 권고했다. 여기에 베이스캠프와 경기장 간 이동 거리를 최소화해 선수들의 피로도를 낮추겠다는 실리적인 판단도 작용했다.
물론 변수는 있다.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할 가능성이 있는 콜롬비아 역시 과달라하라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1, 2순위를 모두 이곳으로 제출한 만큼 홍명보호가 이곳에 입성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편안한 평지를 버리고 산소가 희박한 고지대를 택한 홍명보호의 승부수. 과연 태극전사들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1571m의 지옥'을 16강행 티켓을 위한 '약속의 땅'으로 바꿀 수 있을까. FIFA의 최종 통보는 오는 16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