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미새는 인정, 욕설 DM은 부인"… 엇갈리는 '디지털 증거'
"따돌림 주동? 학교에 없었다"… 쟁점 떠오른 '재활 알리바이'
"사과했더니 학폭 증거로?… '기사 무마 회유설'은 강력 부인"
감정 싸움에서 '증거 싸움'으로… 이제는 법리적 판단이 전부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6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키움 히어로즈 1라운드 지명된 북일고 박준현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키움 히어로즈의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박준현(19)이 학교폭력 논란의 한가운데 섰다. 박준현 측은 29일 행정소송 제기 사실을 알리며 침묵을 깼다. 입장의 핵심은 명료하다. "과거 '여미새(여자에 미친 새X)'라고 지칭한 잘못은 인정하지만, 그 외 제기된 욕설이나 집단 따돌림 주동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사건은 이제 감정 싸움을 넘어 법정에서의 '증거 싸움'으로 넘어가게 됐다.
현재 박준현이 유일하게 인정하는 부분은 2023년 초 친구에게 보낸 '여미새'라는 표현이다. 하지만 학폭의 결정적 증거로 거론되는 ‘ㅂㅅ(병X)’이라는 욕설 DM에 대해서는 입장이 완전히 다르다.
박준현 측은 "해당 DM은 보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작성자와 발송 시점이 불분명한 이 메시지는 2025년 5월 최초 학폭 신고 당시에는 제출되지도 않았던 자료"라며 증거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즉, 본인이 인정한 발언 외에 추가된 욕설 증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집단 따돌림' 혐의에 대해서는 물리적 알리바이를 내세웠다. 피해자 측이 따돌림과 괴롭힘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하는 시기에 박준현은 부상 치료와 재활을 위해 장기간 학교에 등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준현 측은 "학교생활 자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시기에 따돌림을 주도했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는 향후 법정 다툼에서 가장 치열하게 사실관계를 다퉈야 할 대목이다.
박준현 측이 답답해하다고 말하는 지점은 '사과의 역설'이다. 사건 당시 박준현의 부친은 '여미새' 발언에 대해 상대방 보호자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고, 상대방 모친 역시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박준현 측은 "이미 화해로 끝난 사안이 행정심판에서 오히려 '학폭의 증거'로 둔갑했다"며, "하지 않은 행동까지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일각에서 제기된 '기사 무마 회유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박준현 측은 "기사를 내지 말아 달라거나, 시간을 끌기 위해 회유한 적은 결코 없다"고 못 박았다.
27일 손솔 진보당 의원과 법무법인 태광, 체육시민연대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준현 방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뉴스1
현재까지 확실하게 드러난 사실은 박준현이 '여미새'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 하나다. 나머지는 양측의 주장이 정반대로 맞서고 있다.
결국 이번 사안은 행정심판 단계를 넘어 법정에서의 다툼으로 확전되었다. 핵심은 박준현 측이 주장하는 '물리적 알리바이(재활 기간 부재)'와 'DM 발신인 불명' 등의 반박 자료가 법원에서 얼마나 객관적인 증거로 인정받느냐에 달려있다.
만약 박준현의 해명이 거짓이라면 법정 공방 과정에서 그가 욕설 DM을 보냈거나 따돌림을 주도했다는 구체적인 추가 증거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피해자 측의 주장이 과장되었다면, 이를 뒷받침할 물증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키움 구단 역시 "사법 기관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1순위 유망주의 운명을 가를 법리적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이제 남은 것은 양측의 치열한 공방과 증거에 의한 검증의 시간 뿐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