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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M 2600에 폼도 더러워…” KIA는 애지중지 키웠던 양수호를 왜 풀 수밖에 없었나

입력 2026.01.31 18:38수정 2026.01.31 20:30
2025 스토브리그 KIA 야수진은 유출밖에 없었다
반면 우완 투수는 유출 없이 5명 영입
황동하 복귀, 조상우 재계약, 김태형 성장까지
KIA에서 자리없었던 양수호, 결국 고향팀 품으로
한화, 꽉 채운 3일의 고민 끝에 양수호 선택

“RPM 2600에 폼도 더러워…” KIA는 애지중지 키웠던 양수호를 왜 풀 수밖에 없었나
KIA 타이거즈 시절 양수호

[파이낸셜뉴스] KIA 타이거즈가 FA로 영입한 김범수의 보상선수로 우완 유망주 양수호(20)를 한화 이글스로 떠나보냈다.

팬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양수호는 단순한 5라운드 지명권 출신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KIA가 미래의 핵심 자원으로 분류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아픈 손가락’이다. 그렇다면 KIA는 왜 이토록 공들인 자원을 25인 보호명단에서 제외하는 모험을 감행했을까.

이는 KIA 마운드가 직면한 ‘풍요 속의 빈곤’이 아닌, ‘풍요가 낳은 역설’ 때문이었다.

양수호를 향한 KIA의 진심은 기록과 행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KIA는 지난해 6월, 양수호를 포함한 투수 3명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위치한 ‘트레드 어틀레틱스’에 파견했다.

“RPM 2600에 폼도 더러워…” KIA는 애지중지 키웠던 양수호를 왜 풀 수밖에 없었나
KIA 타이거즈 시절 양수호

당시 심재학 단장은 선진 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들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겠다며 29박 31일간의 체류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등 육성에 진심을 보였다. 재능이 없는 선수에게 투자하는 구단은 없다.

이범호 감독 역시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양수호에 대해 “RPM(분당 회전수)이 무려 2600에 달하는 데다 투구폼이 지저분해 타자들이 공략하기 까다롭다”라고 극찬하며 그가 가진 재능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KIA의 25인 보호명단 작성 과정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우완 투수 뎁스가 너무 두터워진 것이 화근이었다.

현재 KIA의 2025 스토브리그 성적표를 보면 야수는 유출뿐이고, 투수는 유입뿐이다. 트레이드, FA 등으로 박찬호, 최형우, 이우성, 홍종표, 최원준 등 주전급 주축 야수들이 대거 이탈하며 야수진 뎁스가 얇아진 반면, 마운드에는 김시훈, 한재승, 홍민규, 이태양, 홍건희 등 즉시전력감 자원들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조상우도 재계약했다.

여기에 부상에서 복귀한 황동하와 2년 차 김태형까지 버티고 있어, 양수호가 비집고 들어갈 1군 엔트리의 틈새는 사실상 소멸한 상태였다.

“RPM 2600에 폼도 더러워…” KIA는 애지중지 키웠던 양수호를 왜 풀 수밖에 없었나
KIA 타이거즈 시절 양수호

이범호 감독은 전지훈련 출국장에서 “이의리, 양현종, 김태영, 황동하, 이태양, 김민규까지 선발 자원만 7~8명을 준비시키고 있다”라고 밝히며, 이들을 선발뿐만 아니라 롱릴리프로 활용해 투구 수를 관리하고 불펜 과부하를 막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즉 해당 구상에서 양수호는 포함돼있지 않았다.

구원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정해영, 전상현, 성영탁, 조상우가 모두 건재하고 우완 유망주군에서는 이도현, 김정엽, 그리고 1군 전지훈련에 따라가는 신인 김현수까지 대기하는 상황이다. KIA는 당장 활용 가능한 자원과 미래 자원 사이에서 냉정한 선택을 강요받았다.

야수진의 추가 출혈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투수 쪽에서 빗장을 풀 수밖에 없었고, 그 ‘경계선’에 있던 선수가 바로 양수호였던 것이다.

보상선수 유출 과정에서 아깝지 않은 선수는 없다. 누구나 보는 눈은 똑같기 때문이다.

“RPM 2600에 폼도 더러워…” KIA는 애지중지 키웠던 양수호를 왜 풀 수밖에 없었나
김포공항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이범호 감독.KIA 타이거즈 제공

미국 연수까지 보내며 애지중지 키운 유망주를 내준 것은 뼈아프지만, 이는 그만큼 2026년 KIA의 우완 투수진이 그 어느 때보다 두텁고 단단해졌음을 방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또한, 한화는 보상선수 선택 시간 3일을 꽉 채워서 양수호를 선택했다. 어쨌든 KIA가 핵심 선수 유출은 잘 막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KIA는 야수를 특히 외야수는 풀 수있는 여력이 없었다. 하다못해 박재현같은 외야수도 작년 보여준 것이 없더라도 2R를 투여한 외야수이기 때문이다. 내야는 김도영, 윤도현, 오선우, 김선빈 정도를 제외하고는 내야가 탄탄한 한화가 관심 보일만한 선수가 없다.

여기에 올 시즌 신인드래프트 3번째 순번을 지닌 KIA는 좋은 투수 유망주는 올해도 구할 수 있다는 계산도 분명히 들어가 있을 것이다. 2026 고교야구는 전체적으로 야수보다 투수가 훨씬 강세를 보인다.

비록 ‘RPM 2600의 재능’은 떠나보냈지만, 즉시전력감 투수들로 요새를 구축한 KIA는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투수 왕국’의 위용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