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 최민정, 아찔한 삐끗에도 조 2위 사수… "클래스는 영원하다" 김길리·이소연까지 예선 '퍼펙트' 통과… 세계 최강의 위용, 500m부터 폭발 13일 준준결선, '금빛 질주'는 이제 시작이다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예선에서 김길리가 역주하고 있다.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한국은 체격 조건이 불리해 단거리(500m)에선 힘들다." "스타트가 약해 유럽과 북미 선수들을 이기기 어렵다."
누가 그런 말을 하는가. 그것은 이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낡은 레퍼토리에 불과했다. 밀라노의 빙판 위에서 대한민국 태극낭자들은 온몸으로 그 편견을 산산조각 냈다. 우려는 기우였고, 실력은 '월드클래스'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올림픽 첫 관문인 500m 예선에서 '전원 생존'이라는 완벽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10일 오후(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예선. 이곳은 한국 선수들의 독무대였다.
가장 먼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단연 '돌아온 여제' 최민정(성남시청)이었다. 6조에 속한 최민정은 경기 막판, 전 국민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뻔한 아찔한 순간을 맞았다. 마지막 코너를 돌던 중 날이 살짝 미끄러지며 중심을 잃은 것. 4년 전 베이징 올림픽 준준결승에서의 악몽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최민정은 최민정이었다. 동물적인 감각과 엄청난 코어 힘으로 중심을 잡고 버텨냈다. 흔들리는 와중에도 끝까지 스피드를 잃지 않고 43초204, 조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위기관리 능력마저도 '실력'임을 증명한 장면이었다.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예선에서 2위로 들어와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뉴스1
쇼트트랙 대표팀 이소연이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예선에서 조3위로 준준결승에 진출한 후 숨을 고르고 있다.뉴스1
앞서 2조에서 출격한 '새로운 에이스' 김길리(성남시청)는 침착함이 돋보였다. 무리하게 인코스를 파고들기보다는 선두 코트니 사로(캐나다)의 뒤를 안정적으로 따르며 체력을 비축했다. 결과는 43초301, 조 2위. 여유 있는 준준결승 직행이었다.
드라마의 마침표는 7조 이소연(스포츠토토)이 찍었다. 조 3위(43초406)로 밀려 탈락 위기에 몰렸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린 덕분에 기록 합산 결과 '와일드카드'로 준준결승행 막차에 탑승했다.
이로써 한국은 출전 선수 3명이 모두 살아남으며 세계 최강의 위용을 과시했다. 보통 단거리는 북미와 유럽의 파워 스케이팅에 밀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정교한 기술과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로 그 '피지컬의 벽'을 넘어섰다.
이제 예열은 끝났다. '단거리가 약하다'는 편견을 보란 듯이 깨부순 태극낭자들의 진짜 승부는 오는 13일 펼쳐진다. 최민정의 노련미, 김길리의 패기, 이소연의 투혼이 합쳐진 밀라노의 금메달은 이미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