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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죽지 왜 우리까지..." 美 선수의 물귀신 '꽈당', 한국을 덮쳤다

입력 2026.02.10 20:59수정 2026.02.10 21:10
"왜 하필 우리 앞에서"... 美 선수 '자폭'에 휩쓸린 김길리, 날벼락 맞았다
"피할 공간도 없었다"... 갈비뼈 부여잡고 완주했지만, 냉정한 '노 어드밴스'
베이징 악몽의 재현... 세계랭킹 2위의 허무한 탈락, 메달 꿈 '산산조각'
"혼자 죽지 왜 우리까지..." 美 선수의 물귀신 '꽈당', 한국을 덮쳤다 [2026 밀라노]
쇼트트랙 대표팀 김길리가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혼성 2000m 계주 준결승에서 미국 선수와 충돌하고 있다.뉴스1

[파이낸셜뉴스] 또다시 악몽이 재현됐다. 베이징의 아픔을 씻어내려 했건만, 이번에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스스로 넘어진 미국 선수가 하필이면 뒤따르던 한국의 김길리를 덮쳤고, 그 순간 한국의 금빛 질주는 허무하게 멈춰 섰다.

최민정, 김길리(이상 성남시청), 황대헌(강원도청), 임종언(고양시청)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1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혼성 계주 2000m 준결승 2조에서 불의의 사고로 조 3위에 그치며 결승(파이널A) 진출에 실패했다.

너무나도 억울하고, 속이 타들어 가는 레이스였다. 한국은 캐나다, 벨기에, 미국과 한 조에 묶여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였다. 1번 주자 최민정이 3위로 스타트를 끊었고, 바통을 이어받은 '에이스' 김길리가 2위까지 치고 올라가며 기세를 올렸다. 벨기에와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며 호시탐탐 선두권을 노리던 상황.

운명의 장난 같은 사고는 레이스 중반 발생했다. 치열한 몸싸움 과정도 아니었다. 앞서 달리던 미국 선수가 코너를 돌다 중심을 잃고 혼자 미끄러졌다.

문제는 그 넘어지는 방향과 타이밍이 절묘하게 한국의 진로와 겹쳤다는 점이다.

바로 뒤를 따르던 김길리에게는 피할 공간이 전혀 없었다. 최대한 피해보려 경로를 바꿔봤지만, 미국 선수의 스케이트 날에 걸린 김길리는 그대로 펜스로 날아가 박혔다. 갈비뼈를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할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혼자 죽지 왜 우리까지..." 美 선수의 물귀신 '꽈당', 한국을 덮쳤다 [2026 밀라노]
쇼트트랙 대표팀 김길리가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혼성 2000m 계주 준결승에서 미국 선수와 충돌한 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뉴스1

한국은 다시 일어나 레이스를 이어갔지만, 이미 선두권인 캐나다, 벨기에와는 한 바퀴 이상 격차가 벌어진 뒤였다. 결국 2분 46초 554의 기록으로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더욱 뼈아픈 것은 심판진의 판정이었다. 명백히 상대의 실수로 피해를 봤음에도 구제(어드밴스)를 받지 못했다. 규정의 냉정함 때문이었다. 사고 발생 당시 한국의 순위가 '3위'였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통상적으로 상위권(1~2위) 진출이 유력한 상황에서 방해를 받아야 어드밴스가 주어지는데, 당시 3위였던 한국은 구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한국 코치진은 즉각 항의서한을 제출하며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 선수의 '자폭'에 애꿎은 한국만 피를 본 셈이다.

이로써 한국 쇼트트랙은 혼성 계주가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지난 2022 베이징 올림픽 예선 탈락에 이어, 이번 밀라노 대회에서도 불운에 울며 2회 연속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특히 이번 시즌 월드투어 랭킹 2위를 기록하며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컸기에 아쉬움은 배가 됐다.

1조에서는 네덜란드 역시 중국과의 충돌로 넘어지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혼성 계주라는 종목이 가진 '변수'가 한국에게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작용한 밤이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