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포상금보다 당신”... 12년 만에 지킨 ‘은빛 프러포즈’ “통장에 찍혀봐야 실감”... 막노동 설움 씻은 ‘인생 역전’ “45세도 타는데 뭘”... 37세 맏형, 4년 뒤 ‘금빛 사냥’ 선언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김상겸이 1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아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여보, 이거 진짜 주는 거야?" "그럼, 당신 거야."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은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긴 '37세 로맨티스트' 김상겸(하이원)이 금의환향했다. 수많은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 속에서도 김상겸의 시선은 오직 한 사람, 아내 박한솔(31) 씨만을 향해 있었다. 이날 공항을 채운 건 영광의 은메달도, 두둑한 포상금도 아닌 '12년 순애보'가 완성한 해피엔딩이었다.
취재진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2억 원'에 달하는 포상금이었다. 대한스키협회 규정에 따라 은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이 돈은,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훈련비 마련을 위해 막노동까지 했던 그에게 '인생 역전'이나 다름없는 거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상겸은 "아직 통장에 안 찍혀봐서 실감이 안 난다. 받아봐야 알 것 같다"며 호탕하게 웃어 넘겼다.
이어 아내 선물을 따로 준비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주머니에서 묵직한 은메달을 꺼냈다. 망설임 없이 아내의 목에 메달을 걸어준 김상겸은 "제 선물은 이겁니다. 당신 주려고 따왔어"라고 말해 현장을 감동으로 채웠다.
이는 8년 전 평창 올림픽 16강 탈락 후 눈물 흘리는 아내에게 "꼭 메달 따서 목에 걸어줄게"라고 했던 약속을 12년 만에 지킨 남편의 '은빛 프러포즈'였다. 아내 박 씨는 "메달이 생각보다 무겁다. 그동안 흘린 남편의 땀방울 무게 같다"고 답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공항에는 가족들이 총출동해 영웅의 귀환을 반겼다. 김상겸은 "원래 아버지가 먼저 우실 줄 알았는데, 장인어른이 울먹거리시는 걸 보고 저도 왈칵했다"면서 "가족들 얼굴을 보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고 소감을 전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에 400번째 올림픽 메달을 안겨준 스노보드 김상겸이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은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른쪽은 아내 박한솔 씨.뉴스1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에 400번째 올림픽 메달을 안겨준 스노보드 김상겸이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뉴스1
또한 베이징 올림픽 때의 아쉬움을 떠올리며 "그때 성적이 안 좋아 펑펑 울었고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메달을 따고 아내 얼굴을 보니 참았던 눈물이 터지더라"고 고백했다. 옆에 있던 아내가 손을 꼭 잡으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잘해줘서 고맙다"고 격려하자, 김상겸은 "오래 걸리게 해서 미안하다. 사랑한다"고 화답해 주변을 훈훈하게 했다.
은메달과 2억 원,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까지 모든 것을 가진 남자 김상겸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이번에 붙었던 세계 1위 피슈날러도 45세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며 "다음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못 받아봤으니까 따러 가야죠"라고 웃으며 다음 올림픽을 기약했다.
막노동판을 전전하던 가난한 선수에서, 2억 포상금의 주인공이자 국민 사랑꾼으로 거듭난 김상겸의 '인생 역전' 드라마는 인천공항을 찾은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희망과 행복을 전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