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듀오 거르고 너였다"… 1R 같은 2R, KIA의 과감한 '김현수 픽'
"오타니 보고 독학했다"… 189cm 신인의 '괴물 스위퍼', 네일도 놀랐다
'이태양·박지성' 대신 선택한 원석… KIA '잠재력 베팅', 캠프서 적중하나
신인 김현수.KIA 타이거즈 제공
[파이낸셜뉴스] 2026 신인 드래프트 현장. KIA 타이거즈 스카우트 팀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비장했다. 2024년 12월, 조상우 영입 과정에서 1라운드와 4라운드 지명권을 키움 히어로즈에 양도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19번의 순번을 기다려야 오는 첫 기회. KIA에게 이번 2라운드(전체 20순위) 지명권은 사실상 1라운드 지명권이나 다름없는 무게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신인드래프트에서 KIA는 완전히 소외돼 있었다. KIA의 지명을 굳이 예측해야하나라는 시각이 많았다.
운명의 2라운드, KIA의 순번이 다가오자 장내가 술렁였다.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던 청소년 대표팀 출신 투수 두 명이 여전히 보드판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인천고 이태양과 서울고 박지성이었다. 이태양은 신체 조건은 크지 않지만, 마운드 위에서 타자와 싸울 줄 아는 투수다. 예쁜 투구 폼과 안정적인 제구력을 갖춰 실패 확률이 적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고 박지성 역시 매력적인 카드였다. '체인지업 마스터'로 불릴 만큼 포심과 체인지업의 피칭 터널이 완벽해 프로에서 바로 통할 수 있는 자원이라는 평가였다. 신장도 괜찮고, 구속도 증가세였고, 제구력만 놓고 보면 고교 투수 중 최상위권이었다.
신인 김현수.KIA 타이거즈 제공
KIA 심재학 단장과 스카우트 팀장은 드래프트 전 대만까지 날아가 청소년 대표팀을 직접 관찰했다. 1라운드 지명권이 없는 구단이 상위 순번 선수들이 즐비한 대표팀 경기를 보러 가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의문을 낳을 수 있는 행보였다. 하지만 KIA는 그만큼 '확실한 카드'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그러나 KIA의 선택은 놀라웠다. 검증된 '국대 듀오' 이태양과 박지성을 모두 지나쳤다. 대신 호명된 이름은 연고권 자원인 나주광남고의 우완 김현수였다. "안정성보다는 잠재력의 크기(Ceiling)를 봤다"는 김성호 스카우트 팀장의 과감한 결단이었다.
그 과감한 베팅이 일본 아마미오시마 캠프에서 벌써부터 청신호를 켜고 있다. 김현수는 현재 팀 내 신인 중 김민규(3R)와 함께 유이하게 1군 캠프를 소화 중이다.
189cm, 97kg의 탄탄한 하드웨어는 김현수의 가장 큰 무기다. 고교 진학 후 뒤늦게 투수로 전향해 어깨가 싱싱하고, 유연성까지 갖췄다. KIA 데이터팀이 미국 트레드 어슬레틱스에 의뢰한 분석 결과에서도 "잠재 능력만큼은 드래프트 동기들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장 평가도 뜨겁다. 이범호 감독과 심재학 단장은 김현수의 불펜 피칭을 지켜보며 연신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주무기 '스위퍼'다. 놀랍게도 김현수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영상을 보며 독학으로 이 구종을 익혔다.
신인 김현수.KIA 타이거즈 제공
드래프트 당시만 해도 KIA의 선택에 물음표를 던지는 시선이 있었다. "완성형 투수들을 두고 왜 모험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캠프가 중반으로 접어든 지금, 그 물음표는 점차 느낌표로 바뀌고 있다.
김현수는 과한 의욕을 부리다 부상을 당하는 신인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코칭스태프의 조절 하에 차근차근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KIA는 3R 김민규에 대해서 무한한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범호 감독은 "신인 시절 김호령보다 타격이 낫다. 수비와 주루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라고 말했다. 잘하면 대수비 및 대주자로 1군에서 시즌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김현수까지 이범호 감독의 눈에 들었다.
KIA는 비록 1라운드 지명권은 없었지만, 2라운드에서 1라운드급 잠재력을 지닌 원석을 캐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안정적인 '국대 듀오' 대신 선택한 로컬 보이 김현수. 그가 2026시즌 호랑이 군단의 마운드에 어떤 활력을 불어넣을지, KIA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전략이 성공적인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