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나사 하나 헛돌아, 규격 안 맞는 부품에 비전문가 시공"... 창원NC파크 참사, 예견된 인재였다

입력 2026.02.12 19:35수정 2026.02.12 20:04
"나사 하나를 제대로 조이지 않아 떨어졌다"
유리 보수 과정서 비전문가가 손댄 정황도
설계·시공·유지관리 전 단계 미흡 지적
경찰 수사로 책임 규명
"나사 하나 헛돌아, 규격 안 맞는 부품에 비전문가 시공"... 창원NC파크 참사, 예견된 인재였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11개월이라는 긴 침묵 끝에 돌아온 답은 너무나 허무하고도 참담했다. 지난해 3월, 프로야구 축제 현장이었던 창원NC파크에서 발생한 구조물 추락 사망 사고는 결국 설계부터 시공, 유지관리까지 전 단계가 빚어낸 '총체적 인재'로 결론 났다.

경남도 사고조사위원회가 12일 발표한 조사 결과는 이번 사고가 단순한 불운이 아닌, 구멍 뚫린 안전 시스템이 초래한 필연적 비극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화려한 야구장 외관 뒤에 숨겨진 그들의 '아마추어 행정'이 낱낱이 드러난 순간이다.

사고의 원인은 복잡한 공학적 난제가 아니었다. 33kg에 달하는 거대한 알루미늄 루버(Louver)가 17.5m 높이에서 흉기로 돌변해 떨어진 이유는 황당하게도 '나사 하나'를 제대로 조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사위 발표에 따르면 진동이 잦은 외부 구조물에는 마땅히 풀림을 방지하는 특수 와셔를 써야 했음에도, 현장에는 미끄러운 평평한 와셔가 시공됐다.

심지어 볼트 굵기보다 구멍이 더 큰 와셔를 끼워 넣는 바람에 체결력 자체가 전달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기본 중의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은 그곳에서, 루버는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시한폭탄과 같았다.

"나사 하나 헛돌아, 규격 안 맞는 부품에 비전문가 시공"... 창원NC파크 참사, 예견된 인재였다
연합뉴스

"나사 하나 헛돌아, 규격 안 맞는 부품에 비전문가 시공"... 창원NC파크 참사, 예견된 인재였다
연합뉴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사고의 방아쇠를 당긴 관리 부실의 민낯이다. 조사 결과, 사고 전 인근 창문 유리가 파손되면서 보수 공사가 진행됐는데 이 과정에서 알루미늄 루버 탈부착 경험이 전무한 비전문가가 구조물을 건드린 정황이 포착됐다.

이는 창원시와 시설공단, 그리고 구단 측의 시설물 유지보수 관리 감독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누군가 현장에서 "이 부품은 맞지 않다"고 한마디만 했더라도, 혹은 "전문가가 시공해야 한다"고 제동만 걸었더라도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박구병 조사위원장은 "설계 단계에서 부품 정보를 명시했더라면, 시공 단계에서 검수를 제대로 했더라면, 유지관리 단계에서 점검을 철저히 했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세 번의 기회를 모두 놓친 점을 통탄했다.

누구 하나 제 몫을 다한 사람이 없었다는 뜻이다. 설계 도면에는 부품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없었고, 시공 과정에서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했으며, 유지관리 단계에서는 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졌다.

조사위는 이러한 총체적 난국을 지적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주문했지만, 이미 소중한 생명은 떠난 뒤다.

이제 공은 수사기관으로 넘어갔다. 조사 결과 보고서를 넘겨받은 경찰은 창원시와 시설공단, 그리고 홈 구단인 NC 다이노스 등 관계 기관 중 누가 이 죽음에 대한 실질적인 법적 책임을 져야 할지 가려내야 한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사고의 가장 큰 피해자인 유족의 참여가 배제되었다는 점은 여전히 논란의 불씨로 남는다. '조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로 유족을 배제한 조사가 과연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야구장이 '즐거움'이 아닌 '공포'의 공간으로 기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책임 규명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고 혹독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