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 안방서 韓 우승 지켜본 중국... 안세영 앞에선 '속수무책'
왕즈이 상대 10연승·한첸시 39분 컷... 세계 1위의 잔인한 '참교육'
中 네티즌 절규 "이젠 안세영이 무섭다... 차라리 만나지 않기를 기도해"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중국 배드민턴 역사상 이토록 처참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한 명의 선수에게 유린당한 적이 있었을까.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24·삼성생명)이 14억 중국 대륙을 그야말로 '질식'시키고 있다.
중국 칭다오에서, 그리고 인도 뉴델리에서 들려온 소식은 단순한 승전보가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만리장성'이 안세영이라는 단 한 명의 슈퍼스타 앞에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는 소리였다.
지난 8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아시아남녀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 결승전은 중국 배드민턴계에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겼다. 중국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안고 우승을 노렸지만, 결과는 한국의 3-0 완승. 안방에서 남의 나라(한국)가 환호하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봐야 했다.
그 선봉에는 역시 안세영이 있었다. 1단식에 나선 안세영은 중국의 신예 한첸시를 상대로 단 39분 만에 2-0(21-7, 21-14) 승리를 거뒀다. 스코어 차이만큼이나 경기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안세영은 마치 몸을 풀 듯 코트를 누볐고, 한첸시는 안세영의 스트로크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연습 파트너'에 불과해 보였다.
[쿠알라룸프르=AP/뉴시스] 황준선 기자 = 배드민턴 안세영이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아시아타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슈퍼 1000 말레이시아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이(중국)에게 게임 점수 2-0(21-15 24-22)으로 승리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2026.01.11. hwang@newsis.com /사진=뉴시스
이 승리로 안세영은 개인 33연승을 질주했다. 이는 2023년 자신이 세운 31연승을 넘어선 기록이자, 중국의 전설 셰싱팡(34연승)의 기록에 단 1승만을 남겨둔 수치다. 중국의 전설을 넘어서기 직전의 상황, 그것도 중국 안방에서 보여준 무력시위였다.
안세영의 독주에 숨이 막히는 건 신예들뿐만이 아니다. 세계랭킹 2위 왕즈이(중국)에게 안세영은 이제 '재앙' 그 자체다.
지난 18일 인도오픈 결승에서 안세영은 왕즈이를 또다시 2-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안세영은 왕즈이 상대 10연승이라는 믿기 힘든 기록을 써 내려갔다. 한때 라이벌이라 불렸던 관계는 이제 완벽한 '포식자와 먹잇감'의 관계로 재정립됐다. 4강에서 천적 천위페이마저 꺾고 올라온 왕즈이였지만, 안세영 앞에서는 그저 무기력한 패자일 뿐이었다.
지난해 12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왕중왕전'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우승 역시 안세영의 차지였다. 중국에서 열리는 굵직한 대회마다 안세영이 시상대 맨 위에 서고, 오성홍기는 그 아래로 내려가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중국 배드민턴의 자존심이 안세영 한 명에게 완전히 난도질당한 셈이다.
안세영에게 무려 10연패 중인 왕즈이.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현지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자국 선수들을 향한 비난보다는 '체념'에 가까운 반응이 주를 이룬다.
시나스포츠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중국 네티즌들은 "안세영은 사람이 아니다. 기계와 싸우는 것 같다", "왕즈이가 불쌍하다. 10번 연속 지면 은퇴하고 싶어질 것", "천위페이, 왕즈이, 한첸시 누가 나가도 안 된다. 중국 배드민턴의 암흑기다"라며 절망 섞인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인천공항=뉴스1) 박지혜 기자 = 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이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금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세영이 선봉에 선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은 지난 8일 중국 칭다오 콘손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여자부 결승에서 중국을 3-0으로 완파해 대회 사상 첫 정상에 올랐다. 2026.2.9/뉴스1 /사진=뉴스1화상
일각에서는 안세영을 만나면 몸이 굳어버린다는 '공안(恐安)증'이 선수단을 넘어 팬들에게까지 전염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수지 수산티의 59연승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향해가는 안세영.
그리고 그 거침없는 발걸음 아래, 중국 배드민턴은 지금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2026년, 대륙의 하늘은 온통 '안세영 천하'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