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키나와 KIA전 2이닝 무실점 퍼펙트 피칭... 최고 구속 145km 2025년 경남고 2관왕 이끈 주역이자 이대호 회식비 지분의 최대 주주(?) 원태인·매닝·이호성 이탈 속 5선발 후보 급부상 봉황대기 결승전 노히트노런 할 뻔 했던 대형 신인
2026 루키 장찬희.삼성라이온즈 제공
[파이낸셜뉴스] 2026년 스프링캠프에 임하는 삼성 라이온즈 벤치에는 잔인한 봄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토종 에이스 원태인이 굴곡근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데 이어, 새 외국인 투수 맷 매닝과 핵심 불펜 이호성마저 팔꿈치 수술대에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1라운드 특급 루키 이호범까지 팔꿈치 염증을 호소하며, 아리엘 후라도(파나마 대표팀)가 빠진 선발진은 그야말로 '붕괴' 직전의 위기다. 개막 로테이션에서 계산이 서는 카드는 사실상 최원태 한 명뿐인 암담한 상황이다.
하지만 난세에는 영웅이 등장하는 법이다. 벼랑 끝에 몰린 삼성 마운드에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 이름은 다름 아닌 2026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출신 우완 장찬희(19)다.
2026 루키 장찬희.삼성라이온즈 제공
장찬희는 2일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2이닝을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총투구수는 단 25개. 최고 구속 145km의 묵직한 포심 패스트볼을 바탕으로 체인지업, 커브, 커터 등 다양한 변화구를 절묘하게 섞어 던지며 노련하게 KIA 타선을 요리했다.
이는 단순한 시범경기 호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난달 26일 국가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1⅓이닝 1실점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던 그가 빠르게 영점을 잡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기 때문이다. 경기 후 장찬희는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아쉬움이 커서 오늘은 더욱 집중했다. 최일언 코치님께서 '고교 시절 네 스타일대로 편하게 던져라'고 해주신 조언이 잃어버렸던 밸런스를 찾는 데 큰 힘이 됐다"고 공을 돌렸다.
경남고 시절 장찬희.사진=전상일 기자
사실 아마야구 현장에서 장찬희는 이미 검증된 '괴물'이었다. 그의 2025년은 그야말로 영화 같았다. 비록 시즌 초반에는 부상과 재활의 갈림길에서 고전하며 전년도 '명문고 야구열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지만, 그가 복귀하자 소속팀 경남고는 180도 달라졌다. 조원우, 신상연과 함께 마운드를 이끈 장찬희는 그해 72이닝을 소화하며 8승 2패 평균자책점 1.63(65탈삼진)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거뒀다.
백미는 8월 31일 봉황대기 결승전이었다. 그는 8.2이닝 동안 1피안타 1사사구 12탈삼진 무실점의 '노히트노런급' 피칭을 선보이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봉황대기 MVP와 야구인의 밤 고교 부문 우수투수상이 그에게 돌아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당시 모교 후배들을 위해 대게와 소고기 파티를 열어 2600만원을 쾌척했던 이대호 선배 지갑 지분의 상당 부분을 장찬희가 차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남고 시절 장찬희.사진=전상일 기자
점프하듯 역동적인 투구폼에서 뿜어져 나오는 148km의 포심과 예리한 커브, 그리고 100구 가까이 던져도 구속이 떨어지지 않는 놀라운 스태미나는 그의 가장 큰 무기다. 1일 기장 야구장에서 만난 경남고 전광열 감독이 "우리 팀에 장찬희만 한 투수가 딱 한 명만 더 있어도 올해 또 우승을 노려볼 만할 텐데"라며 진한 그리움을 내비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시선은 삼성의 5선발 경쟁으로 쏠린다. 주축 투수들의 줄부상으로 무주공산이 된 선발 한자리를 놓고 이승현, 양창섭 등 쟁쟁한 선배들과 경쟁해야 하지만, 두둑한 배짱과 이기는 법을 아는 경기 운영 능력은 장찬희만의 확실한 차별점이다.
"현재 가장 큰 목표는 개막 엔트리에 드는 것"이라고 당차게 말하는 19세 청년. 부상 쓰나미가 휩쓸고 간 삼성 마운드에서 '경남고 2관왕의 주역' 장찬희가 새로운 난세의 영웅으로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