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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안현민·문보경' 타선 세대교체는 끝났다… 뇌관은 '낯부끄러운 제구 난조' 마운드

입력 2026.03.04 07:22수정 2026.03.04 08:00
류지현호, 오릭스전 8-5 승리로 평가전 1승 1무 마감… 타선은 '합격점'
김도영 2경기 연속포·안현민 3안타 맹타… 완벽하게 입증된 야수진 세대교체
더닝 3이닝 무실점 빛났지만… 독립리그 투수까지 빌려 쓴 불펜진 '비상등'
'김도영·안현민·문보경' 타선 세대교체는 끝났다… 뇌관은 '낯부끄러운 제구 난조' 마운드
김도영. 이틀 연속 홈런포 가동.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절반의 성공이자, 확실한 숙제를 남긴 최종 모의고사였다.

다가오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준비하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일본 프로팀들과의 평가전을 1승 1무로 마감하며 본선 무대를 향한 예열을 마쳤다. 수확은 확실했다. 우려했던 야수진의 세대교체는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타선이 뿜어낸 열기 이면에는, 여전히 차갑게 식어있는 '불펜의 제구 난조'라는 뇌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2026 WBC 공식 평가전 오릭스 버펄로스와의 경기에서 장단 10안타를 몰아치며 8-5로 승리했다. 전날 한신 타이거스(3-3 무)전에 이은 값진 승리다.

이날 경기의 가장 큰 소득은 단연 젊은 타자들의 폭발력이었다. '포스트 이정후' 시대를 이끌어갈 영건들의 방망이는 2회초부터 매섭게 돌아갔다.

'김도영·안현민·문보경' 타선 세대교체는 끝났다… 뇌관은 '낯부끄러운 제구 난조' 마운드
안현민.뉴시스

0-0으로 맞선 2회초, 안현민(KT)의 중전 안타를 시작으로 문보경(LG), 김혜성(LA 다저스)이 눈야구로 베이스를 채웠다. 이어 박동원(LG)과 김주원(NC)이 착실하게 타점을 올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압권은 계속된 2사 1, 3루 찬스에 등장한 김도영(KIA)이었다. 김도영은 오릭스 선발 가타야마 라이쿠의 가운데 몰린 변화구를 놓치지 않고 걷어 올려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비거리 만점의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전날 한신전에 이은 2경기 연속 아치. 한국 야구의 중심 타선이 완벽하게 세대교체를 이뤘음을 선언하는 짜릿한 한 방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안현민은 2회에만 2루타를 추가하며 빅이닝을 완성했고, 9회초에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장쾌한 솔로포까지 터뜨리며 홈런 포함 3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5회초 터진 한국계 혼혈 선수 셰이 위트컴(휴스턴)의 솔로 홈런까지 더해, 대표팀 타선은 오릭스 마운드를 상대로 기동력, 장타력, 집중력을 모두 보여주며 '합격점'을 받았다.

'김도영·안현민·문보경' 타선 세대교체는 끝났다… 뇌관은 '낯부끄러운 제구 난조' 마운드
문보경.연합뉴스

타선이 불을 뿜었지만, 마운드를 바라보는 류지현 감독의 표정은 마냥 밝을 수 없었다. 선발로 나선 데인 더닝(시애틀)이 3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그 이후 가동된 불펜진이었다.

4회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송승기(LG)는 볼넷 2개와 안타로 자초한 2사 만루 위기에서 2타점 적시타를 내주며 흔들렸다. 급하게 구원 등판한 고우석마저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위기는 계속됐다. 7회 조병현(SSG)이 볼넷 2개로 1사 만루에 몰렸다가 간신히 위기를 탈출했고, 8회 등판한 유영찬(LG) 역시 볼넷과 안타를 내준 뒤 2실점 하며 벤치의 진땀을 빼게 했다.

'김도영·안현민·문보경' 타선 세대교체는 끝났다… 뇌관은 '낯부끄러운 제구 난조' 마운드
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평가전 한국 대표팀과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와의 경기. 8회말 2사 1루 한국 예비 투수 이시이 고키가 역투하고 있다.연합뉴스

결국 대표팀은 8회 2사 1루 상황에서 유영찬을 내리고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는 이시이 고키를 마운드에 올리는 촌극을 연출했다.

사전에 합의된 투구 수 제한 규정 때문이기도 했지만, 우리 불펜진이 스스로 이닝을 깔끔하게 매조지지 못해 현지 독립리그 선수의 손을 빌려야만 했던 상황은 현재 류지현호 마운드의 불안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사카에서의 모의고사는 끝났다. 평가전 2경기를 통해 타선은 매 경기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하며 본선 무대를 향한 자신감을 확실하게 충전했다. 젊은 야수진의 패기는 이미 세계 무대와 부딪힐 준비를 마쳤다.

'김도영·안현민·문보경' 타선 세대교체는 끝났다… 뇌관은 '낯부끄러운 제구 난조' 마운드
데인 더닝.연합뉴스


이제 남은 시간 동안 풀어야 할 숙제는 오직 하나, '마운드의 안정'이다.
힘으로 윽박지르는 구위는 합격점이지만,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 무너지는 제구 난조는 단기전에서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대표팀은 4일 결전의 장소인 일본 도쿄로 이동해, 5일 도쿄돔에서 열리는 체코와의 조별리그 C조 1차전을 갖는다.

뜨거운 방망이를 앞세운 류지현호가 불안한 마운드의 약점을 어떻게 메워낼지, 한국 야구의 명운이 걸린 본선 무대의 막이 오르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