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2연패 충격 속에서도 타선 짜임새 유지
'시범경기 물음표' 지운 카스트로, 2경기 타율 0.556·홈런까지 대폭발
1번 김호령 무안타 침묵 완벽히 상쇄… 좌완 김택형 상대 마수걸이 홈런
최형우 떠난 화력 공백 메울 해답... 2026 핵심 엔진 떴다
해럴드 카스트로.KIA 타이거즈 제공
[파이낸셜뉴스] 인천에서의 개막 2연전은 KIA 타이거즈 팬들에게 그야말로 악몽 그 자체였다.
다 잡았던 개막전을 9회 말 불펜의 대형 방화로 뼈아프게 내주더니, 이튿날에는 믿었던 선발 이의리마저 2이닝 만에 조기 강판당하며 마운드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렸다. 시범경기의 부진이 개막 2연패로 고스란히 이어지며 팀 안팎에 짙은 당혹감이 감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한 줄기 강렬한 빛은 분명 반짝였다.
투수진의 연쇄 붕괴라는 치명적인 악재 속에서도 타선의 짜임새만큼은 굳건하게 유지되었다는 점, 그리고 그 중심에 새 외국인 타자 해럴드 카스트로가 우뚝 서 있다는 사실이다.
해럴드 카스트로.KIA 타이거즈 제공
사실 KIA에게 있어서 네일과 올러는 상수다. 어느정도 검증된 선수들이다. 중요한 것은 타선의 중심을 잡아줄 카스트로와 유격수 수비를 도와줄 데일이었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매우 만족스럽다. 특히 카스트로가 그렇다.
이번 개막 2연전에서 KIA가 얻은 가장 확실한 수확은 단연 카스트로의 완벽한 KBO리그 연착륙이다.
정교한 타격 능력을 갖춘 중장거리형 타자로 기대를 모았던 그는, 오키나와 캠프 당시 고영표와 임찬규 등 국내 최상급 투수들을 상대로 맹타를 휘두르며 기대감을 높였다. 비록 시범경기 막판 다소 주춤하며 작은 물음표를 남기기도 했지만, 정규시즌의 막이 오르자 그 물음표를 거대한 느낌표로 완벽하게 뒤바꿔 놓았다.
해럴드 카스트로.KIA 타이거즈 제공
개막 2연전에서 모두 2번 타자로 나선 카스트로의 성적표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9타수 5안타, 무려 0.556의 타율을 기록하며 상대 마운드를 맹폭했다. 시즌 첫 타석부터 시원한 2루타로 영점을 조준하더니, 29일 경기에서는 까다로운 좌완 불펜 김택형을 상대로 KBO리그 데뷔 첫 홈런포까지 쏘아 올렸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좌우 투수를 가리지 않는 정교함이다. 왼손 투수를 상대로 5타수 2안타,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4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투수의 유형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완성형 타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카스트로의 이러한 대폭발은 현재 KIA 타선에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1번 타자의 중책을 맡은 김호령이 개막 2연전에서 8타수 무안타로 깊은 침묵에 빠진 상황이었다.
해럴드 카스트로.KIA 타이거즈 제공
만약 2번 타자 카스트로마저 흔들렸다면, 중심 타선의 간판스타 김도영에게 연결되는 밥상 자체가 엎어지며 타선 전체가 심각한 엇박자에 시달릴 뻔했다. 하지만 카스트로는 리드오프의 부진을 완벽하게 상쇄하며 공격의 혈을 뚫어냈다.
마운드가 통째로 흔들리는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KIA 벤치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카스트로가 보여준 압도적인 타격 퍼포먼스 덕분이다.
이범호 감독 앞에 놓인 마운드 재건이라는 과제는 험난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 지난한 숙제를 풀어가는 동안, 타선만큼은 타 구단에 절대 밀리지 않는 화력을 뿜어낼 준비를 마쳤다.
아픈 연패의 상처 속에서도 KIA 팬들이 다시 야구장으로 향할 수 있는 이유, 호랑이 군단의 반격을 이끌 '푸른 눈의 타격 기계' 카스트로가 챔피언스 필드에 상륙했기 때문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