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여왕'의 굳건한 뚝심… 넬리 코다 꺾고 2주 연속 정상 제패
8번 홀 위기에서 빛난 평정심… 흔들림 없는 플레이로 빚어낸 완승
7년 만에 일궈낸 대한민국 LPGA 3연승… 다시 도래한 여자골프 르네상스
전인지·윤이나 동반 '톱10' 쾌거… 선후배가 함께 증명한 태극낭자의 품격
김효주 축하하는 넬리 코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은 여제들의 정교한 샷이 미국의 봄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특유의 따뜻한 미소 뒤에 숨겨진 강인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김효주(롯데)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무대에서 2주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대한민국 여자 골프의 르네상스가 다시 도래했음을 세계에 알렸다.
김효주는 30일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의 윌윈드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포드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1개, 더블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28언더파 260타를 기록한 김효주는 미국의 자존심이자 세계랭킹 2위인 넬리 코다(26언더파 262타)를 2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시상대 최상단에 섰다. 우승 상금은 33만7500달러(약 5억1000만원)다.
퍼팅 라이를 살피고 있는 김효주. 연합뉴스
이번 우승은 단순한 1승 그 이상의 품격과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릴리아 부(미국)와의 연장 혈투 끝에 거둔 우승에 이은 대회 2연패이자, 지난주 포티넷 파운더스컵 제패에 이은 2주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이다. 특히 두 대회 연속으로 코다와 챔피언조에서 진검승부를 펼쳐 모두 완승을 거뒀다는 점은 현재 김효주의 기량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명백히 증명한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했지만, 김효주의 침착함은 더욱 빛났다. 4타 차의 넉넉한 리드를 안고 출발했으나 8번홀(파4)에서 위기가 찾아왔다.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휘어 나무에 가려진 악조건 속에서 4번째 샷 만에 공을 그린에 올리며 더블보기를 범했다. 그 사이 코다가 파를 기록하며 격차는 단 한 타 차까지 좁혀졌다.
자칫 무너질 수 있는 벼랑 끝 상황이었지만, 김효주는 흔들림 없는 단단한 플레이로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다. 김효주가 차분히 페이스를 유지하는 동안 오히려 쫓아가던 코다가 흔들렸다. 코다가 9번홀(파4)과 10번홀(파3)에서 연속 샷 미스로 보기를 범한 반면, 김효주는 10번홀에서 깔끔한 버디를 낚아채며 다시 4타 차로 달아났다. 이후 18번홀(파4)까지 차분하게 파 세이브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피말리는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김효주. 연합뉴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이번 우승으로 대한민국이 LPGA 투어 3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는 점이다.
이달 초 블루베이 LPGA에서 우승한 이미향(33)의 바통을 이어받아 김효주가 2주 연속 정상을 차지하며, 한국은 올 시즌 치러진 6개 대회 중 절반인 3승을 휩쓰는 저력을 과시했다.
한국 선수들이 3개 대회 연속으로 우승을 합작한 것은 2019년 2월 양희영, 3월 박성현과 고진영의 연속 우승 이후 무려 7년 만에 나온 자랑스러운 기록이다.
김효주가 29일(현지 시간) 미 애리조나주 챈들러 윌윈드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드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2번 홀 페어웨이에서 티샷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김효주는 최종 합계 28언더파 260타로 우승하며 2연패를 달성했다. 뉴시스
미국 진출 후 최고 성적을 기록한 윤이나. 연합뉴스
선배들의 눈부신 활약에 후배들도 힘을 보탰다. 한국 선수 3명이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막강한 군단의 힘을 보여줬다.
전인지는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로 5위에 오르며 2023년 8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톱10 진입이라는 값진 성과를 냈다. 윤이나 역시 18언더파 270타(공동 6위)로 LPGA 투어 진출 이래 개인 최고 성적을 경신하며 한국 골프의 밝은 미래를 예고했다.
"이런 날이 온다. 우승하게 돼 기분이 좋고,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기쁘다"며 활짝 웃는 김효주는 긴 터널을 묵묵히 걸어온 끝에 맞이한 따뜻한 봄 햇살 같았다.
세계 무대 중심에서 변함없는 품격과 끈기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드높이고 있는 태극낭자들의 아름다운 비행이 올 시즌 어디까지 이어질지, 골프 팬들의 가슴이 다시 한번 뜨겁게 뛰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