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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연패? 까짓것 고작 '-3'입니다" 롯데는 무기력을 지웠다... 숫자에 숨어있는 반등 시그널

입력 2026.04.05 13:20수정 2026.04.05 13:30
0-4를 6-4로 뒤집은 저력… 맹타 휘두른 한동희, 3루 핫코너 완벽 안착
2사 만루 최소 3실점 막아낸 윤동희의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
12구 끈질긴 승부와 9회말 선두타자 안타·도루… 사직벌 달군 황성빈의 투혼
찰나의 집중력에서 갈린 승패, 승패 마진 '-3' 롯데의 반등 조건은 명확하다
"5연패? 까짓것 고작 '-3'입니다" 롯데는 무기력을 지웠다... 숫자에 숨어있는 반등 시그널
경기 출루 후 파이팅을 요구하는 황성빈.롯데 자이언츠 제공

【부산 = 전상일 기자】 야구는 결과의 스포츠다. 스코어보드에 새겨진 6-7이라는 숫자와 5연패라는 결과는 분명 쓰라리다. 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홈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는 또 한 번 무릎을 꿇었다. 외인 원투펀치가 이틀 연속 무너졌다는 사실은 팬들의 탄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스코어보드 이면의 경기 내용을 톺아보면, 이날의 패배는 단순한 절망이 아닌 뚜렷한 희망의 싹을 틔운 한 판이었다. 무기력했던 앞선 패배들과 달리 선수들의 눈빛에는 독기가 서려 있었고, 그라운드 곳곳에서 반등을 향한 긍정적인 시그널이 켜졌다.

"5연패? 까짓것 고작 '-3'입니다" 롯데는 무기력을 지웠다... 숫자에 숨어있는 반등 시그널
노진혁의 역전 투런 홈런 작렬.롯데 자이언츠 제공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타선의 응집력이다. 1회초 제레미 비슬리가 SSG 타선에 뭇매를 맞으며 순식간에 4점을 헌납했을 때만 해도 사직구장에는 짙은 패색이 감돌았다. 과거의 롯데였다면 그대로 속절없이 무너졌을 흐름이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1회말 곧바로 만루 찬스를 만들더니, 한동희가 추격의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혈을 뚫었다. 2회 유강남의 동점 솔로포에 이어, 3회에는 노진혁이 통쾌한 역전 투런 아치를 그리며 기어이 4-0의 스코어를 6-4로 뒤집어엎었다.

특히 3일과 4일 양일간 무려 5안타를 몰아친 한동희의 타격감 회복은 롯데가 얻은 최고의 수확이다. 맹타를 휘두르는 한동희가 3루 핫코너에 기본 옵션으로 굳건히 장착되었다는 것은, 향후 롯데 타선의 무게감이 완전히 달라짐을 의미한다.

"5연패? 까짓것 고작 '-3'입니다" 롯데는 무기력을 지웠다... 숫자에 숨어있는 반등 시그널
롯데 선발 제레미 비슬리. 롯데 자이언츠 제공

타격감이 절정에 달한 SSG 타선을 상대로 롯데 수비진과 벤치 멤버들이 보여준 투혼도 박수받기에 충분했다.

특히 3회초 2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조형우의 타구를 윤동희가 몸을 날려 잡아낸 다이빙 캐치는 팀을 구한 결정적 장면이었다.

자칫 타구가 뒤로 빠졌다면 최소 3타점 싹쓸이가 될 뻔했던 아찔한 순간을 건져내며 팽팽한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 자리에서 비슬리가 무너졌으면 이날 경기는 그대로 끝이었다.

대수비로 교체 투입된 황성빈의 악바리 근성도 돋보였다. 베테랑 노경은을 상대로 무려 12구까지 물고 늘어지는 끈질긴 승부를 펼치더니, 패색이 짙던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는 선두타자로 나서 SSG 마무리 조병현에게 기어코 안타를 빼앗았다.

이어 2루 도루까지 완벽하게 성공시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롯데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손호영 대신 황성빈이 투입되면서 유강남-전민재-황성빈으로 이어지는 롯데의 센터라인은 한층 견고한 안정감을 뽐냈다.

"5연패? 까짓것 고작 '-3'입니다" 롯데는 무기력을 지웠다... 숫자에 숨어있는 반등 시그널
완벽하게 자신의 임무를 소화한 미스터 제로 박정민.롯데 자이언츠 제공

"5연패? 까짓것 고작 '-3'입니다" 롯데는 무기력을 지웠다... 숫자에 숨어있는 반등 시그널
솔로홈런을 때려낸 유강남. 롯데 자이언츠 제공

물론 아쉬움은 남는다. 황성빈의 투혼으로 만든 9회말 무사 1, 2루의 황금 같은 역전 찬스에서 박승욱의 스리번트 실패는 뼈아픈 대목이었다.

이 허무한 아웃카운트 하나가 찬물을 끼얹으며 끝내 동점을 만들지 못했다. 결국 팽팽했던 양 팀의 승패는 이처럼 아주 미세한 찰나의 순간 집중력에서 갈리고 말았다.

시즌 초반 5연패의 충격이 크게 다가오지만, 냉정하게 순위표를 들여다보면 롯데의 성적은 2승 5패, 승패 마진은 고작 '-3'에 불과하다.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에서 이 정도의 차이는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찰나의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

"5연패? 까짓것 고작 '-3'입니다" 롯데는 무기력을 지웠다... 숫자에 숨어있는 반등 시그널
롯데를 응원하는 팬들의 함성.롯데 자이언츠 제공

반등을 위한 전제 조건도 명확해졌다. 선발 투수진이 지금보다 딱 1이닝만 더 버텨주며 불펜의 과부하를 막아주는 것, 그리고 허벅지 부상으로 신음하는 빅터 레이예스와 '캡틴' 전준우의 방망이가 제 궤도를 찾는 것이다.

이 퍼즐만 제자리를 찾는다면, 롯데는 다시 개막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그 무서운 파괴력을 회복할 수 있다.

연패는 쓰리지만, 무기력증은 씻어냈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투혼과 핫코너의 주인을 되찾은 롯데의 봄은 아직 꺾이지 않았다. 사직벌을 채운 팬들이 아직 고개를 숙이거나 한숨을 쉴 때가 아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