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보다 15분 빨랐다… 장충체육관 울린 '깜짝 선임' 발표 6승 12패 절망 지운 '승률 78%'… 완벽하게 증명한 정식 사령탑 자격 아라우조 등 선수단 총출동… 210명 팬들과 나눈 3시간의 온기 오는 16일 공식 취임 회견… 박철우표 '우리카드 새 왕조' 닻 올린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기적 같은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마침내 임시완장을 벗어 던지고 정식 사령탑의 자리에 올랐다. 승률 78%라는 경이로운 수치로 우리카드의 봄 배구를 이끌었던 박철우 감독의 승격은 배구계 모두가 예상한 '기정사실'이었다. 그러나 정작 배구 팬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적신 것은, 이 중대한 소식을 세상에 알린 우리카드 구단의 '파격적이고 낭만적인' 발표 방식이었다.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는 11일, 지난 시즌 눈부신 지도력을 발휘했던 박철우 감독대행을 제5대 감독으로 공식 선임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만한 점은 시간의 재구성이다.
구단이 각 언론사에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한 시간은 오후 2시 15분. 하지만 이보다 15분 앞선 오후 2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는 이미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2025-2026시즌 멤버십 회원 중 사전 신청을 통해 모인 210여 명의 팬들 앞에서, 구단은 그 어떤 언론 매체보다 먼저 '박철우 감독 선임'이라는 선물을 꺼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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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우리카드의 지난 시즌은 한 편의 영화와도 같았다. 3라운드까지 6승 12패로 바닥을 치던 팀은 박철우 대행 부임 이후 원정 9연승을 포함해 18전 14승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훈련장 밖에서는 한없이 다정한 '형님'으로, 코트 위에서는 날카로운 '디테일 장인'으로 팀을 재건한 그는 벼랑 끝에 있던 선수들과 팬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지난달 29일,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좌절된 후 장충체육관을 적셨던 팬들의 눈물을 구단은 잊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는 "감독 선임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그 누구보다 팬들에게 가장 먼저 알리고 싶었다"며 뭉클한 진심을 전했다. 수많은 스포츠 구단이 팬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외치지만, 이토록 직접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팬 퍼스트'를 실천한 사례는 흔치 않다.
이날 팬 미팅에는 박철우 신임 감독뿐만 아니라 외국인 주포 아라우조와 국내 선수 전원이 참석해 장장 3시간 동안 팬들과 온기를 나눴다. 성적 부진의 절망부터 극적인 포스트시즌 진출의 환희까지, 롤러코스터 같았던 한 시즌을 묵묵히 함께해 준 팬들을 향한 진심 어린 보은의 자리였다.
(출처=연합뉴스)
코트 위 투혼을 짓밟혔던 챔프전의 억울함도, 탈락의 아쉬움도 장충체육관에 모인 210명의 팬들과 나눈 따뜻한 소통 속에서 새로운 희망으로 피어났다.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낸 박철우 감독은 이제 온전한 자신의 이름으로 새로운 시즌의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
따뜻한 리더십으로 굳건한 신뢰를 구축한 박철우 감독은 오는 1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적인 첫발을 내디딘다. 절망을 기적으로 바꾼 위대한 지도자와, 팬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낭만적인 구단. 우리카드가 만들어갈 새로운 배구 왕조의 서막이 지금 활짝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