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2할대 '타점 먹방러'의 역설… 투박해도 찬스엔 자비 없다
김도영 향한 집중 견제 풀었다… 카스트로의 정교함 지워버린 '넘사벽 장타력'
'박상준·오선우 성장판 닫히나'… 정식 계약 앞에 놓인 잔인한 육성 딜레마
외야 이미 만석… 이범호 감독의 머리가 복잡해진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때로는 겉으로 드러난 얄팍한 에버리지(타율)보다, 찬스 상황에서 상대 마운드를 얼어붙게 만드는 '공포의 크기'가 팀 타선의 질을 결정한다. KIA 타이거즈의 단기 대체 외국인 타자 아데를린 로드리게스(35)가 딱 그런 시험대에 서 있다.
장단점이 칼로 무 자르듯 명확해 판단이 쉽지 않지만, 그가 호랑이 군단에 불어넣은 '장타'라는 희소 자원의 가치는 거부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이다.
아데를린은 현재 1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0, 출루율 0.291에 머물고 있다. 현대 야구에서 중시하는 '눈야구'나 정교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영양가를 따져보면 이야기가 180도 달라진다. 단 13경기 만에 5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고, 무려 16개의 타점을 쓸어 담았다.
걸리면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담장을 넘어가는 0.560의 장타력, 그리고 득점권에서 0.357로 치솟는 특유의 찬스 집중력은 '타점 먹방러'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다. 지난 삼성과의 대구 3연전에서도 타율은 1할대에 그쳤지만, 중요할 때마다 쐐기 적시타를 터트리며 팀의 위닝시리즈를 견인했다.
이러한 아데를린의 '클러치 능력'과 '장타력'은 현재 KIA 타선 구조상 대체 불가능한 핵심 열쇠다. 올 시즌 KIA는 라인업의 짜임새에 비해 대포가 늘 아쉬웠다. 3번 타자로 자주 나선 김선빈은 정교하지만 장타를 기대하기 어렵고, 4번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할 나성범은 여전히 아쉽다.
(출처=연합뉴스)
이렇다 보니 상대 마운드는 리그 홈런 1위인 김도영만을 집중 견제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김도영의 뒤편에 '걸리면 대형 사고'를 치는 아데를린이 버티고 서자, 상대 투수들은 더 이상 김도영과의 정면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정교한 카스트로'보다 '한 방이 있는 아데를린'이 김도영의 가장 든든한 우산이 되어주고 있는 셈이다. 베테랑 최형우까지 이탈한 상황에서 팀 내 장타 희소성은 아데를린의 정식 계약 가능성을 높이는 결정적 요인이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의 계산기가 복잡해지는 이유는 팀의 미래가 걸린 '육성 딜레마' 때문이다. 아데를린이 정식 계약을 맺고 1루수 자리를 완전히 꿰차게 되면, 팀 내 거포 유망주인 박상준과 오선우의 성장판이 닫힐 수밖에 없다. 두 선수 모두 타격 잠재력은 확실하지만 외야 수비력이 신통치 않아 출전할 수 있는 포지션이 제한적이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뉴스1
현재 좌익수 박재현, 중견수 김호령이 고정된 상태에서 남은 외야는 우익수 한자리뿐인데, 여기에 나성범이 들어가면 박상준과 오선우는 지명타자나 1루수로 가야 한다. 하지만 지명타자 자리는 김선빈의 체력 안배용으로도 번갈아 활용해야 하기에, 아데를린이 라인업에 박혀있는 한 이들을 기용하고 키워낼 틈바구니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당장의 성적과 미래 유망주 육성 사이에서 벤치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팀 구성때문이다.
'신형 엔진' 박재현의 대폭발로 외야는 이미 포화 상태다. 부상에서 돌아올 해럴드 카스트로가 전체적인 기량 면에서 정교할지는 몰라도, 현재 KIA에 절실한 전문 1루수 포지션과 '넘사벽' 수준의 장타력을 감안하면 아데를린이 지닌 궁합이 훨씬 매력적이다.
약점이 뚜렷해 신중해야 하지만, 찬스마다 영양가 만점의 타점을 올리며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아데를린. 6주짜리 알바생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호랑이 군단 사령탑의 머릿속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돌아가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