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사포판 숙소 식당서 TV로 타 구장 지켜본 대표팀 "제발 콩고만 못 이기게 해달라" 기도했지만… 콩고 역전골 터지자 선수단 덮친 '망연자실과 정적'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이강인을 비롯한 선수들이 27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26.6.28 ⓒ 뉴스1 박지혜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그라운드 위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것도 아니었다. 5000만 국민을 피 말리게 했던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의 마지막 희망은, 차가운 텔레비전 모니터 앞에서 허무하고도 초라하게 산산조각 났다.
28일(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에 위치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베이스캠프 숙소.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태극전사들은 이날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국의 32강행 생명줄을 쥐고 있는 조별리그 K조 콩고민주공화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최종전 중계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A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충격적인 0-1 패배를 당한 한국은 조 3위(승점 3)로 추락해 와일드카드 커트라인인 8위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선수단이 바랄 수 있는 유일한 기적은 단 하나, 콩고민주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하는 것뿐이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밥숟가락을 들고 모니터를 주시하던 선수들의 분위기는 경기 내내 살얼음판을 걷듯 초조했다. 식사가 끝난 뒤에도 다수의 선수가 식당에 그대로 남아 두 손을 모았고, 일부는 각자의 방으로 흩어져 삼삼오오 중계 화면을 지켜봤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선수들이 27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베이스캠프 훈련장인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26.6.28 ⓒ 뉴스1 임세영 기자 /사진=뉴스1
전반전 우즈베키스탄의 선제골이 터졌을 때만 해도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졌다. 이대로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거나 우즈베키스탄이 승리한다면(골 득실 차가 커 대승만 아니면 유리했던 상황), 한국이 극적으로 32강행 막차에 탑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늘은 자력 진출의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찬 팀에게 끝내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콩고민주공화국이 무서운 기세로 동점골을 뽑아낸 데 이어, 기어이 역전 결승골까지 터뜨리며 승부를 뒤집어버렸다.
한국의 32강 탈락이 '최종 확정'으로 바뀌는 끔찍한 순간. TV 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하던 태극전사들의 눈빛은 일순간 망연자실함으로 물들었고, 왁자지껄해야 할 선수단 숙소에는 무겁고 참담한 정적만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