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6월에는 세계 바둑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두 개의 국제대회가 한국과 일본에서 잇달아 열렸다. 전북 전주의 전통 한옥호텔 '왕의지밀'에서는 제31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이 개최되어 세계 최정상 기사 24명이 자웅을 겨루었고, 이어 일본기원 본원에서는 제11회 글로비스 세계바둑 U-22 선수권대회가 열려 차세대 세계 정상에 도전하는 16명의 신예 기사들이 경쟁을 펼쳤다.
세계 바둑의 현재를 읽는 데 가장 유용한 지표는 GoRatings이다. 공식 국제랭킹은 아니지만 실제 대국 결과와 상대 전력을 바탕으로 레이팅을 산출하기 때문에 현재 세계 정상급 기사들의 경쟁력을 가장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GoRatings 30위권은 중국 23명, 한국 4명, 일본 2명, 대만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숫자만 보면 중국의 우위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이번 LG배는 이러한 수치만으로 세계대회의 결과를 설명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LG배 본선 24명 가운데 8강에는 한국 4명과 중국 4명이 진출했다. 4강에서도 한국 2명과 중국 2명이 살아남았고, 8강에서는 세계 1·2위인 신진서와 딩하오가 단판 승부를 펼쳤다. 결승 역시 한국과 중국의 맞대결로 이어졌다. 중국은 가장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한 나라이고, 한국은 세계 최정상 기사의 경쟁력이 가장 뛰어난 나라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무대였다.
특히 이번 LG배 결승은 글로비스컵이 미래 세계 바둑의 흐름을 미리 보여주는 대회였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결승에서 맞붙은 신민준은 제6회 글로비스컵 우승자이며, 왕싱하오는 제8회와 제9회 대회를 연속 제패한 우승자이다. 세계 최정상을 가리는 LG배 결승이 과거 글로비스컵 우승자들의 대결로 펼쳐졌다는 사실은 글로비스컵이 세계 정상으로 향하는 대표적인 관문임을 잘 보여준다.
LG배가 세계 최정상 기사들의 한·중 경쟁 구도를 보여주었다면, 곧이어 일본에서 열린 제11회 글로비스컵은 차세대 기사들의 한·일 경쟁 구도를 보여주었다.
글로비스컵은 일본 최대 MBA 경영대학원인 글로비스 경영대학원이 속한 글로비스 그룹이 후원하는 세계 청소년 바둑대회이다. 일본의 젊은 기사들이 동세대 세계 최고 선수들과 경쟁하며 국제 경험을 쌓고 세계 정상에 도전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14년 창설되었다.
10년 동안 세계 신예 기사들의 대표적인 등용문으로 자리 잡은 글로비스컵은 2026년 참가 연령을 기존 20세 이하에서 22세 이하로 확대하고 3년 만에 재개되었다.
특히 초대 우승자인 이치리키 료는 2024년 응씨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일본 바둑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성과는 글로비스컵이 단순한 청소년 대회를 넘어 일본 바둑이 다시 세계무대에 도전하기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결국 GoRatings는 세계 바둑의 현실을 보여준다. 중국은 가장 넓은 선수층을 보유한 나라이고, 한국은 지난 30여 년 동안 세계 정상급 기사들을 가장 꾸준히 배출해 왔다. 일본은 글로비스컵을 통해 다음 세대를 육성하며 다시 세계무대의 중심으로 진입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한국·중국·일본은 세계 바둑을 이끄는 세 축이다. 그러나 아직도 세 나라는 덤과 계가 등 바둑 규칙을 완전히 통일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채택과 자국 기업이 후원하는 세계대회 개최 등을 통해 세계 바둑의 저변을 넓히는 데 함께 기여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대회의 지속성과 안정성은 더욱 중요하다. 그럼에도 최근 LG배에서는 중국의 불참이 있었고, 이번 제11회 글로비스컵에서도 여러 사유로 중국이 참가하지 못했다. 세계 바둑의 중심 국가들이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오해와 갈등을 줄여 올림픽 정신에 걸맞게 세계 바둑의 무대를 더욱 넓혀 가기를 기대한다.
유럽과 미주를 비롯한 세계 바둑 팬들 역시 한국·중국·일본·대만이 바둑판 위에서 더욱 활발히 교류하며 세계 바둑의 새로운 지평을 함께 열어가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이번 글로비스컵에서 1위부터 3위까지를 모두 차지한 김승구(19세·4단), 권효진(22세·7단), 김승진(20세·7단) 세 신예 기사에게 축하를 전한다. 또한 이들을 길러낸 한종진도장, 강종화도장, 장수영도장(현 박병규도장)에도 함께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최채우 한국기원 이사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