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향한 편견은 위험하다. 이미 색안경을 쓴 채 그 사람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연예인에게도 마찬가지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직업인만큼 이미지 메이킹이 당연해진 이들이지만, 이들의 진심까지 외면당할 이유는 없다.
배우 최성희는 모진 시선과 편견을 한 몸에 받았다. ‘노수람’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던 2014년 청룡영화제에서 여러 모로 큰 이슈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이후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던 노수람은 본명인 ‘최성희’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왔다.
“시상식 이후 2년 반 정도는 일부러 활동을 하지 않았어요. 작품은 들어오긴 했는데, 노출 드레스에 대한 선입견 때문인지 그런 쪽으로만 작품이 들어와서 편견을 깨자 싶었죠. 공백기 동안 ‘원래 내 모습이 뭐지’ ‘내가 누구였지’ 생각하다보니, 본명 그대로 활동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최성희로 활동하게 됐어요.”
물론 공백기 동안 힘든 시기도 있었다. 그는 “배우인데도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싫었다”고 말했다. 텔레비전 속 나오는 연예인들을 바라보며 ‘저들은 저렇게 활동을 하는데 나는 누구고 여기는 어디지’와 같은 생각이 들었단다. 대신 자신만의 방법으로 슬럼프를 이겨냈다.
“제가 크리스챤이어서 성경공부도 많이 하고 종교적으로 기대기도 했어요. 교회 사람들과 함께 하는 모임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또 책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어서 책도 많이 읽고요. 맨 첫 장에 목차를 보고 주제가 뭔지 살피고, 내 기분과 맞는 부분 혹은 필요한 부분들을 읽고 발췌하는 방식으로 읽고 있어요. 공백기 때는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한 시기니 긍정의 힘이나 자존감과 관련된 책을 꾸준히 읽었고요.”
아무리 자신만의 생활을 영위한다고 해도 생각보다 길어지는 공백에 불안함도 느꼈을 터다. 그럴 땐 어떻게 대처했냐는 질문에 최성희는 “교회 갔다가 술 먹고 그냥 잤다”고 깔깔깔 웃으며 시원하게 말했다.
“외골수 성향이 강해서 깊게 파고들면 끝이 없는 편이에요. 청바지도 입다가 헤지면 똑같은 걸 사고 또 사고 할 정도에요. 생각이 너무 깊어지면 자신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어차피 달라질 것 없는데, 내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상 어떡하겠어’ 하는 생각이에요.”
체념의 뉘앙스보다는 자신이 처한 환경과 가지고 있는 마음가짐을 인지하고 그에 걸맞은 선택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사람은 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각자만의 시간표가 있는 거죠. 영화제에서 신인상도 받고 이슈도 됐었는데, 그 기운을 이어가기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역량의 한계가 거기까지인 것 같더라고요. 소위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고 하는데, 그때는 아직 감당할 만한 내공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심리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게 낫겠다 싶었죠. 만약 그 때가 제가 나아갈 시기였었더라면, 지금까지 어떤 방향으로도 터닝포인트가 왔을 텐데 아직이거든요.”
아마 최성희가 노를 저어야 할 때는 지금인 듯하다. 최성희는 “감사하게도 패션쇼 포토월도 서고 영화 시사회 초대도 받고 그랬다. 그러면서 취재진도 보고 카메라 앞에 서다 보니 스물스물 기운이 왔다.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여러 소속사로부터 계약 제안을 받아서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기도 하다.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fn★인터뷰①] 배우 최성희에게 다가온 ‘타이밍’
[fn★인터뷰②] “좋은 약재로 쓰이길”...최성희의 진심
/lshsh324_star@fnnews.com 이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