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근본은 음악”...편견 가득한 경계선 지워야할 때

2017.06.20 18:38


이제는 ‘아이돌 밴드’라는 또 하나의 장르가 생긴 듯싶다. 과거만 하더라도 대중가요 시장에 속해있는 뮤지션은 아이돌과 비아이돌, 주류와 비주류 보컬그룹과 밴드 등 여러 가지로 크게 분류되어 왔다. 하지만 음악의 장르와 모습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그만큼 새로운 형태의 뮤지션도 생겨났고, 그로 인해 어느 쪽으로 확실히 규정짓기 어려운 음악들도 탄생했다.

아이돌 밴드가 바로 그 경계에서 가장 많은 질타와 시련을 겪고 자리 잡은 대표적인 예다. 전반적으로 아이돌 밴드는 정통 록밴드의 스타일은 아니지만 악기를 연주하며 밴드음악을 하고, 아이돌은 아니지만 아이돌스러운 비주얼을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과거 대중들은 이들에게 적대감을 가졌다. 특히 밴드를 좋아하는 음악 팬들은 ‘얼굴만 믿고 달콤한 노래만 속삭이는 아이돌 밴드가 무슨 밴드냐’면서 강력하게 비판했다. 마치 어떤 아이돌이 록을 한다고 했을 때, 래퍼가 대중적인 감성 랩을 내뱉을 때 반발이 심했던 것처럼 말이다.

‘아이돌 밴드’는 이름부터가 애매하다. 아이돌도 될 수 있고 밴드도 될 수 있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것보다 아이돌도 아니고 밴드도 아닌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았다.

장르의 구분이 흐린 것은 이중적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정통성을 파괴할 수도 있고 어떻게 생각하면 경계가 무너지고 다시 탄생하는 일은 더 넓은 음악시장을 위해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

요즘의 가요시장은 후자에 가까운 편이다. 대중이 음원차트 톱100뿐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적극적으로 찾아 듣기 시작하면서, 차트나 SNS에서처럼 눈에 띄는 음악의 다양성이 훨씬 늘어났다. 물론 여전히 수많은 장르의 곡들을 포괄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는 어떤 형태든 ‘일단 노래가 좋으면 그만’이라는 대중 인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그로 인해 예전보다 아이돌 밴드에 대한 경계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사실 색안경을 벗고 보면 이들의 노래가 나쁘다고 여길 이유는 전혀 없다. 여느 밴드들처럼 아이돌 밴드도 스스로 곡을 만들고 부르고 연주한다. 노래 퀄리티가 떨지는 것에 대한 비판이면 상관 없지만, ‘아이돌 밴드’의 음악이라고 해서 무조건 폄하될 명분이 될 순 없다.





게다가 음악방송에서는 핸드싱크를 할 수밖에 없다고 쳐도, 이제는 음악방송뿐만 아니라 다양한 라이브 콘텐츠와 공연 활동에 더 중점을 두는 시대다. 아이돌 밴드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생생하게 보여줄 기회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밴드를 만들어내는 기획사와 편견을 딛고 자신들의 길을 가려는 가수들의 노력도 아이돌 밴드가 자리를 잡게 되는 데 한몫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FNC엔터테인먼트(이하 FNC)다. 일명 ‘밴드명가’라고 불리는 FNC는 소위 ‘아이돌 밴드’라고 불리는 이들을 계속해서 배출해냈다. FT아일랜드부터 시작해 씨엔블루, 엔플라잉, 최근 데뷔한 허니스트가 그들이다.

특히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는 지금의 아이돌 밴드 시장의 기반을 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팀이다. 그만큼 모진 말과 따가운 시선도 많이 받았다는 뜻이다. 분명 이들이 데뷔 초반, 아이돌 색이 짙은 음악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음악인 것도 아니다. 현재는 점차 변화하는 음악을 통해 자신들만의 색깔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최근 나온 신인밴드 더이스트라이트, 데이식스, 마르멜로부터 오는 8월 데뷔하는 아이즈도 대중가요의 밴드 시장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조금씩 밴드들이 출격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아이돌 밴드에 대한 편견이 사라져가고 있는 양상을 알 수 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밴드’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팀들은 공연을 주된 무대로 삼는다는 것이다. 2015년 데뷔한 데이식스는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채 크고 작은 공연에 열중했다. 그 흔한 미디어 쇼케이스도 2년이나 지난 최근 처음 열었다. 허니스트 또한 버스킹 공연으로, 마르멜로도 공연으로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이 외 밴드들도 일본에서 마이너 생활을 거치며 실력을 쌓는다 .

어찌됐든 모두의 근본은 음악으로부터 비롯됐다.
그 근본인 음악시장의 발전을 위해 숙제를 풀어야 한다. 고난의 시기를 거쳐 지금, 아이돌 밴드의 등장이 편안하게 받아들여지는 시대다. 이제 ‘아이돌 밴드’라는 장르는 남아서 진화하되, ‘아이돌 밴드’라는 표현은 다시 ‘밴드’라는 말로 회귀되어야 할 때다.

/lshsh324_star@fnnews.com 이소희 기자 사진=각 소속사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